여러분, 안녕하세요?
버기입니다.
갑자기 도와달라니, 놀라셨죠? 그런데 정말로 여러분의 도움이 필요합니다. 그동안 용기가 나지 않아 못 했던 이야기가 있습니다. 그것은 바로 비영리단체인 계단뿌셔클럽에 후원을 부탁드린다는 말입니다. 알아서 잘 하는 줄 알았던 계뿌클에 갑자기 왜 후원이 필요한지, 그리고 후원은 어떻게 하면 되는지, 오늘 여러분께 진솔하게 설명 드리도록 하겠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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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뿌클 공동대표로 함께 일하는 윌리와 버기는 서로 다른 점이 참 많습니다. 그런데, 채용에 있어 보수적인 성향 만큼은 비슷합니다. 제 생각에 윌리는 위험 감지를 잘 하고, 신중한 편인데요. 저 같은 경우에는 그렇지 않습니다. 저는 대책 없는 선택을 잘 하는 성향인데, 채용에만 유독 보수적입니다. 사실, 개인적인 이유가 있습니다. 아빠의 사업 실패입니다.
IMF 시절 아빠가 대표로 있던 회사가 망했습니다. 그 회사에는 어린이였던 제게 잘 해주셨던 친한 아저씨가 한 분 계셨는데요. 회사가 문을 닫는 과정에서 좋지 않은 일이 많았던 것 같습니다. 그때 푸근하고 친절했던 아저씨의 낯선 모습을 보면서, 나중에 남의 인생에 폐 끼치고, 책임지지 못 할 일 절대 하지 말아야겠다는 막연한 생각을 갖게 됐습니다. 사회생활을 하며 구조조정을 (직원으로) 두 번 경험하면서 그 생각이 더 강해졌습니다.
그래서 일이 늘어나면 ‘더 많은 노동’을 자연스럽게 택했습니다. 물론 이게 가능했던 건 제품경험팀에서 사이드 프로젝터로 함께 해준, 크러셔 클럽을 헌신적으로 기획하고 함께 만들어준 수많은 (사랑하는!) 동료 크루들이 있었기 때문입니다. 수많은 동료 여러분과 함께였기에 괴롭기는커녕, 정말로 즐겁고 행복한 시간이었습니다. 진짜 정말이에요! (물론, 가끔 잠이 부족할 때는 좀 괴롭기도 했지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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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에게 필요한 건 '신중함'이 아닌 '용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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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계를 느낄 때면 무언가를 물어 뜯고 싶어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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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제 한계를 깨달았냐고요? 사람들의 기대가 커지면서 피드백을 곱게 받아들이지 못하는 제 모습을 발견했을 때였습니다. “정보가 더 많으면 좋겠다”, “검색이 더 정확했으면 좋겠다”는 말을 들으면, ‘우리 상황에선 이게 최선인데 왜 몰라주지?’라는 찌질한 마음이 툭 치고 나왔습니다. 윌리, 버기 개인의 노력만으로는 한계에 부딪혔고, 조직을 확장해 돌파할 용기가 없으니 대안은 없고 불평만 남은 겁니다.
그래도 한동안은 스스로를 속였습니다. “아직은 신중히 판단해야 해”라며 조직 확장의 필요성을 외면했습니다. 좋은 대표가 될 준비가 안 됐으니까, 아직 재정이 불안정하니까, 채용할 포지션의 역할 설계가 완벽하지 않으니까. 하지만 모두 핑계였습니다. 신중하지 않은 게 문제가 아니었습니다. 문제는 용기 부족이었습니다.
또 하나 피하고 싶었던 진실이 있습니다. 사실, 여러분께 우리의 부족함을 고백하고 도움을 청하는 것이 창피했습니다. 완벽한 해결책을 갖게 됐을 때 여러분께 멋있게, 자신있게 후원을 요청하고 싶었습니다. ‘보셨죠? 짱이죠? 반박불가죠? 얼른 후원하세요!’하고요. 근데, 계단뿌셔클럽은 아직 완벽한 해결책을 찾지 못했습니다. 앱도, 크러셔 클럽도, 뿌클로드도 최선을 다하고 있지만, 100% 성공을 장담할 수는 없습니다.
이렇게 우리가 아직 부족한데, 뭘 믿고? 뻔뻔하게 도와 달라고 말할 용기가 잘 나지 않았습니다. 그랬다가 잘 안 되면, 친절했던 여러분의 싸늘해서 낯선 모습을 보게되면 어떡해요? 도와 달라고 해야 자원이 생기고, 자원이 있어야 조직을 갖추고, 조직을 갖춰야 비로소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는 걸 알고 있었는데 엄두가 안 났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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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뿌클 시작할 때도 그랬지만, 용기가 있어야 도전하는 것이 아닙니다. 저지르고 나면 절박해져서 저절로 용기가 생기더라고요. 계속 고민만 하면 ‘처음엔 두 명이었고 끝에도 두 명이었던 계단뿌셔클럽, 열심히는 했지만 문제해결은 못 하고 고민 끝에 이곳에 잠들다 R.I.P (2021 ~ 2065)’가 될 것 같더라고요.
그래서 지난 3개월 동안 (신중한) 고민, 절차를 거쳐 4명의 동료를 채용했습니다. 그리고 9월, 네 분이 모두 출근을 시작합니다.
두 분은 2년 이상 함께 사이드프로젝터로 일해온 개발자, 디자이너입니다. 개발자 스완님은 윌리, 버기와 함께 2021년 봄 이 프로젝트를 같이 시작했던 공동 창업자이기도 합니다. 그때부터 한 시즌도 쉬지 않고 함께 서비스를 만들어왔습니다. 원님은 크러셔 클럽 게스트로 계뿌클을 알게 됐고, 2년 동안 디자이너로 함께 했습니다. 크러셔 클럽 크루 활동을 두 시즌 하며 직접 써보고 유저들을 관찰하며 ‘진짜 필요’를 고민하는 디자이너입니다.
또 다른 두 분은 외부에서 모셨습니다. 롤라님은 수많은 스타트업의 성장을 돕는 엑셀러레이터로 일하시다가 ‘직접 뛰어보고 싶다!’는 바람과 이동약자의 문제를 풀어보고 싶다는 열망으로 합류한 사업개발 담당자입니다. 마지막으로 합류가 결정된 SH님은 휠체어 사용자이자 장애 분야 연구자로서 당사자성과 전문성을 모두 갖춘 전문가입니다. 두 분과 함께 커뮤니티와 파트너십의 확장을 고민하고 실행할 예정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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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이 팀이 ‘계단문제’를 해결하는 데 있어 세계 최고의 팀이라고 확신합니다. 그런데, 이 팀을 안정적으로 유지하려면 최소 월 1,000만원의 정기후원 목표 달성이 필요합니다. 현재는 월 200만원 수준이니, 5배 성장을 해야 합니다. 만약 이것을 달성하지 못 한다면, 지금 재정 상황으로는 내년 겨울 이후를 장담하기가 어려운 것이 현실입니다.
물론, 정기 후원 외에도 재정 마련을 위해 다양한 방법을 시도하고, 노력하고 있습니다. 앞으로도 최선을 다할 것이고요! 그렇지만, 선거 결과에 따라 변하는 정부의 보조금, 시장 상황에 따라 달라질 수 있는 기업의 지원금보다 여러분의 천금 같은 우정이 압도적으로 강합니다. 다정한 세상을 꿈꾸는 우정으로 여러분이 정기후원자가 되어주신다면, 한눈팔지 않고 문제해결에 집중해 기필코 ‘이동약자와 그 친구들의 막힘없는 이동’을 만들겠습니다.
그러니까 여러분, 계단뿌셔클럽의 정기후원자(부스터즈)가 되어주세요. 특히, 그동안 게스트로, 크루로, 구독자로 문제해결에 동참해주신 여러분이 부스터즈가 되어주시면 좋겠습니다. 부스터즈가 되시면 여러분이 계뿌클을 통해 경험한 소중한 우정을 더 많은 사람들이 지속적으로 경험할 수 있게 됩니다. 또, 재정을 마련할 수 있는 사업은 아니지만 꼭 해야하는 비수도권 확장, 청소년 대상 교육, 더 많은 이동약자와의 만남을 고민없이 선택할 수 있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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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말 긴 글이 되었지만, 요점은 간단합니다.
문제를 해결하고 싶은데 역부족입니다.
도와주세요.
함께 해주시면 할 수 있습니다.
여러분과 함께, 반드시 문제를 뿌셔버리겠습니다.
감사와 존경의 마음을 담아
윌리, 버기 드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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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러셔, 오늘의 레터는 어땠나요?
더 좋은 레터를 쓰고 싶은데요, 여러분이 어떤 이야기를 궁금해하시는지 궁금해요.
레터에 대한 의견을 남겨주시면 정말 큰 도움이 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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