뿌하인드
뿌하인드는 계단뿌셔클럽의 ‘비하인드 스토리’를 전하는 비정기 레터입니다. 윌리 또는 버기가 가끔 나누고 싶은 이야기가 있을 때 써서 보내드립니다. 오늘은 YG 엔터테인먼트와 협업하며 블랙핑크 콘서트에 다녀온 윌리의 감상과 꼬리생각들을 전해드립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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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얕고 넓은 덕후입니다. (갑자기 덕밍아웃!)
K-pop 아이돌도 좋아하고, 공연, 야구 관람도 좋아합니다. 보통 아이돌 덕질에는 본진(최애)가 있지만, 두루두루 무대를 멋지게 하는 팀들을 자주 찾아봅니다. 그래서 계뿌클에서 콘서트장, 경기장 접근성 가이드 만드는 일에도 큰 애정과 사심을 갖고 있어요. 실제 현장에 갈 때 느꼈던 아쉬움을 바탕으로 가이드를 만들어가고 있거든요!
그래서 지난 봄, YG 엔터테인먼트에서 블랙핑크 콘서트 협업 제안이 왔을 때 정말 기쁘고 또 두근거리는 마음이 들었습니다. ‘내가 했던 경험들을 바탕으로, 휠체어석을 이용하는 관객들에게 좀 더 좋은 경험을 줄 수 있지 않을까!’ 하고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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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이름 있는 대형 콘서트는 대부분 고양종합운동장에서 열리고 있습니다. 상반기 콜드플레이, J-HOPE, 7월 블랙핑크, 8월 데이식스, 10월 오아시스 등. 올림픽주경기장의 리모델링, 상암구장의 잔디문제, 야구시즌의 고척돔 대관 어려움 등으로 인해 수도권의 대형 공연이 고양에서 열리는 거죠.
덕분에 제 휠체어 사용자 지인들도 고양종합운동장에 많이 다녀왔는데, 좋은 후기가 별로 없더라고요. 동선 안내, 콘서트장의 시야, 장애인 화장실 관리 부족 등 공연 외적인 부분에서 불편함을 많이 겪었다고요. 이 이야기를 들으며 콘서트 접근성 가이드를 잘 만든다고 해도, 과연 해결될까 하는 걱정이 정말 많이 들었습니다. 그래서 더욱 열심히 준비했어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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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뿌클 크루들과 현장 답사를 꼼꼼히 했는데요. 실제 콘서트에 온 것처럼 킨텍스역/대화역부터 휠체어를 탄 크루와 함께 공연장까지 이동해봤습니다. 식당/카페도 정복하며 이동약자들이 갈만한 곳들도 체크하고, 정문 → 티켓부스 → MD부스 → 장애인화장실 → 휠체어석까지 촘촘히 둘러봤습니다.
사실 동선도 동선이지만, 가장 큰 문제는 '공연장 시야'였습니다. 휠체어석에 난간 때문에 공연이 많이 가리는 상태더라고요. 물리적으로 해결할 수 없는 문제를 어떻게 안내해야 할지 정말 고민이 되었어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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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희가 해결한 방식은 최대한의 상황 설명이었습니다. 실제 휠체어 눈높이에서 시야를 촬영하고, 개인적으로 방석을 지참하는 등의 방법을 안내했어요. 난간을 뿌시거나 단을 설치하긴 어려우니, 공연 전에 어떤 환경인지 정확히 파악하고 대비해서 올 수 있도록 알려주고 싶었습니다. 팬의 입장에서 불편하다고 콘서트에 안 오진 않으니까요. 내가 준비할 수 있는 건 다 준비하고 싶은 그 마음, 크러셔님도 공감하시나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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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콘서트 당일, 깜짝 놀랐던 일이 세 가지 있었습니다.
첫째, 휠체어석 관객이 많았다. 저는 둘째날에 갔는데 6팀 이상, 전날에는 20팀 가까이 되었다고 들었어요. 사실 콘서트장에 휠체어석은 텅 비어 있는 경우도 많은데, 블랙핑크라는 이름과 사전 준비가 잘 안내되면서 많은 분들이 찾아오신 것 같았어요.
둘째, 이동지원 서비스가 너무 좋다. 곳곳에 배려가 많고, 직원분들이 휠체어 사용 관람객에 대한 가이드를 잘 이해하고 계시더라고요. MD부스도 원래 2층이 주출입구인데, 이동약자 관객에게는 1층 출입구에서 별도 안내를 해주셨고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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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동지원 서비스 덕에 쾌적하게 관람석으로 이동!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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휠체어석은 현장에서 표를 교환해야 하기 때문에 도착 후 티켓부스 방문 후 게이트로 이동해야 하는데요. 정말 사람이 어마어마하게 많아서 좁지 않은 길임에도 불구하고 휠체어 이동 경로를 확보하는 게 쉽지 않더라고요.
그런데 YG에서 제공하는 이동지원 서비스를 요청하면, 안내요원이 자리까지 동선을 확보하며 같이 이동해주셨어요. 전혀 헤매지 않고 입장까지 할 수 있었어요. 저희가 콘텐츠 만들 때에도 이 부분을 강조하기도 했었는데요. 이게 별 것 아닌 것 같지만 정말 유용했어요. 콘서트 시작 전에 지치지 않은 상태로 공연장에 들어갈 수 있었고, 그래서 콘서트를 더 신나게 즐길 수 있었거든요! (길 찾다 지쳐서 콘서트 볼 때도 많답니다)
셋째, 블랙핑크가 멋있었다. 뚜두뚜두, 마지막처럼, FOREVER YOUNG부터 멤버들의 솔로곡들까지. 쉴새 없이 방방 뛰며 즐겁게 볼 수 있었습니다. 난간으로 인한 약간의 시야막힘이 있었지만, 그 사실을 이미 알고 가서 생각보다는 덜 당황스럽게 볼 수 있었어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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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반자석도 미리 준비되어 있었고, 장애인 화장실 위치 안내도 명확했고, 교통편에 관한 정보도 실제로 유용하더라고요. '아, 이런 콘텐츠가 도움이 되겠구나' 저도 실제로 느낄 수 있었어요. 그러면서 제가 겪고 들은 경험들이 떠올랐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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몇 년 전 미국 시카고에서 BTS 콘서트를 본 적이 있어요. 그때 가장 인상 깊었던 건 자연스러움이었습니다. 휠체어 관람자가 와도 전혀 놀라지 않고, 과도하게 친절하지도 않으면서 딱 필요한 만큼 안내해주더라고요. 생각보다 친절하지는 않다고 생각했는데, 불친절하다기보다 그냥 건조한 거였어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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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왼] 1층 휠체어석(비쌈), [오] 2층 휠체어석 (시카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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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 발권도 없었고요. 자본주의 국가답게(!) 휠체어석도 등급이 나뉘어 있었어요. 1층, 2층으로 구분되어 있었고, 1층 휠체어석에는 시야 확보를 위한 별도 단까지 설치되어 있었습니다. '여기'에서만 보라는 것이 아니라, 다양한 위치에서 자신의 '요구'에 맞게 선택할 수 있다는 게 너무 좋더라고요.
무엇보다 모든 게 시스템이었어요. 직원 개인의 친절함이나 순간적 판단에 의존하는 게 아니라, 처음부터 그렇게 설계되어 있었던 거죠.
블랙핑크의 콘서트가 한국의 표준이면 좋겠지만, 최악의 경험도 많이 듣곤 해요. 제 지인이 다녀온 한국의 어떤 콘서트에서는 안내요원이 계단을 지나야 하는 경로로 안내해줬고, 동반자석도 미리 준비되어 있지 않아서 동행한 사람들이 공연 시작 때까지 내내 서 있어야 했다고 해요. 블랙핑크 콘서트도 그럴까봐서 애초에 예매하지 않았다고 하더라고요. 결국 공연마다 다른 경험이 불확실성을 야기하는 거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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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국 기본적인 시스템이 갖춰져야 한다고 느겼습니다. 이동지원 서비스를 모든 곳에서 제공하기 어려울 수 있지만, 휠체어석 위치를 모든 안내원이 알고 있고, 동반자석이 미리 확보되어 있고, 장애인 화장실 위치를 바로 안내할 수 있는 정도는 기본이어야 하지 않을까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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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장 중요한 건, 이런 정보들이 사전에 공유되어야 한다는 점입니다. 현장에서 물어봐야만 알 수 있는 정보가 아니라, 예매할 때부터 충분히 검토할 수 있는 정보여야 해요.
바로 이런 관점으로 접근성 콘텐츠를 만들고 있습니다. 단순히 "휠체어석 있어요"가 아니라, 실제로 그 공간을 이용하려면 어떤 준비가 필요한지 구체적으로 안내하는 콘텐츠 말이에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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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행히 최근에는 상황이 조금씩 나아지고 있어요. 싸이 콘서트에서는 주최 측이 휠체어석 예매자들에게 미리 연락해서 공연장 접근 방법을 확인하고 안내했다고 하고요. 그라운드 객석에서는 휠체어 사용자의 시야 확보를 위한 단상도 제공하고 있습니다.
KSPO DOME, 고척야구장, 고양종합운동장을 조사하고 콘텐츠를 만들어보면서, 각 공간의 특성을 파악하고 실제 이용자 관점에서 필요한 정보를 정리하는 노하우가 쌓여간다는 생각이 듭니다. 휠체어석을 단순히 '준비'하는 것을 넘어서, 경로와 편의시설까지 세심하게 안내하는 것. 그리고 실제 경험자의 리뷰나 제안을 담는 것까지. 이게 진짜 필요한 접근성이라고 생각해요.
블랙핑크 콘서트에 갔을 때 우리 콘텐츠를 봤다는 이야기를 들었을 때 정말 뿌듯했고, YG 측에서도 "실제로 도움이 많이 됐다"는 피드백을 주셨을 때 '아, 우리가 제대로 하고 있구나' 싶었습니다.
앞으로도 이런 협업이 더 많아졌으면 좋겠어요. 모든 사람이 더 쉽게 관람할 수 있게 만드는 일, 혼자서는 할 수 없는 일이니까요.
엔터테인먼트사, 공연장 관계자분들! 저희와 함께 팬들을 위해 더 공연장, 경기장에 더 쉽게 다가갈 수 있는 정보를 만들어가실 의향이 있으시면 언제든 연락 주세요.
고척, 고양, KSPO DOME을 찾는 분들! 저희 콘텐츠에 많은 관심 갖고 널리 알려주세요! 이동약자를 넘어 모든 분들께 진짜 꿀정보일거에요 :) 앞으로도 더 많은 정보들 기대해주세요! (지금은 야구장 조사중!!)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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