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러셔님, 지금까지 뿌클레터에서는 주로 계단뿌셔클럽의 직접 경험을 다뤘습니다. 이번엔 조금 다른 이야기를 준비했습니다. 오늘의 주인공은 ‘네이버 지도’입니다. 최근 네이버 지도*가 업데이트하며 기능을 개편했는데요. 이동약자, 특히 휠체어 사용자들 사이에서 화제(negative)가 되고 있습니다. 네이버는 잘 몰랐겠지만, 이동약자와 그 친구들이 유용하게 쓰던 기능이 갑자기 사라졌기 때문입니다.
*명확히는 플레이스 업데이트이나, 편의상 '지도 업데이트' 라고 하겠습니다.
|
|
|
네이버 지도에서 특정 장소를 선택하면, 소식, 메뉴, 예약, 사진 등의 상위 카테고리가 나옵니다. 여기서 ‘사진’을 누르면 원래 [업체], [메뉴], [외부], [내부] 등의 하위 카테고리가 나왔습니다. 이걸 활용하면 원하는 종류의 사진을 쉽게 골라볼 수 있었는데요. 특히 [외부], [내부] 항목은 이동약자와 그 친구들에게 정말 중요했어요. [외부]를 누르면 출입구 사진을 찾기 쉽고, [내부]를 누르면 실내 공간 구조를 대략 알 수 있었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어떤 장소의 접근성을 그나마 쉽게 판단할 수 있는 거의 유일한 방법이었는데요.
지난주에 갑자기 사진 분류가 모두 사라졌습니다. [내부], [외부] 구분이 사라지고, AI View라는 버튼이 생겼어요. AI View를 누르면 어떤 장소는 이전처럼 [내부], [외부]를 나누어 볼 수 있기도 합니다. 그런데, 대부분의 장소는 별다른 카테고리 구분이 생기지 않고 해당 장소에 걸려있는 모든 사진을 구분 없이 보여줍니다. 마치 전혀 정리되지 않아 사진 찾을 엄두가 안 나는 휴대폰 사진 갤러리처럼요. |
|
|
두 가지 구체적인 문제점
이 기능 개편이 이동약자와 그 친구들에게 어떤 어려움을 주는지 더 구체적으로 정리해볼게요. |
|
|
기능 개편에 대한 이동약자들의 반응(카톡, DM) |
|
|
문제 1. 필요한 사진을 못 찾겠어요!
새로운 AI View 분류에서는 원하는 사진이 어디에 있는지 직관적으로 알 수 없습니다. 이전처럼 비슷한 성격의 사진을 [외부], [내부] 카테고리로 모아서 보여주지 않으니까요. AI View 버튼에 관해서도 별다른 설명도 없으니 이전에 잘 쓰던 [외부] 사진 확인 방법이 아예 없어졌다고 생각하는 분도 많았습니다. 상황이 이러니, 이동약자의 정보 탐색에 걸리는 시간이 길어지고 난이도가 높아졌습니다. 네이버가 의도한 바는 아니었겠지만요.
문제 2. 부익부빈익빈, 핫플만 남아요
기존 사진 분류를 대체한 AI view 기능의 특징은 ‘사진이 많을수록 유용한 정보를 보여준다’는 것입니다. 분석할 사진이 많은 장소는 전처럼 [외부], [내부] 카테고리를 구분해 보여주기도 합니다. 반면, 핫플이 아니면 분석할 사진이 별로 없어 AI view 버튼을 눌러도 [외부], [내부]를 구분해 볼 수 없습니다. 새로 생긴 가게, 비수도권 장소, 평범한 동네 식당, 카페, 병원 같은 곳은 사전이 적으니 접근성을 확인하기가 더 어려워졌습니다.
그래서 이동약자와 친구들은 직장에서 점심 먹을 곳을 찾거나, 친구들과 새로운 곳을 갈 때 이미 전보다 큰 어려움을 겪고 있습니다. 문제를 느끼고 있어요. |
|
|
네이버는 왜 이런 업데이트를 했을까요? 곰곰히 생각해봤는데요. 저희가 가진 가설은 2개입니다. 네이버의 입장이 아니라, 계단뿌셔클럽의 추측이라는 점 참고해서 읽어주세요.
-
정확도에 대한 부담
네이버 지도에 있는 장소 사진들은 네이버 블로그 등에서 끌어온 것들입니다. 이전에는 끌어온 사진을 [외부], [내부], [메뉴판] 등의 카테고리에 맞춰 자동으로 분류하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이 분류가 100% 정확하지는 않았습니다. 예를 들면, 서울대입구역에 있는 로향양꼬치 가게의 외부 사진으로 옆 동네의 로향양꼬치 2호점 사진이 노출되기도 했습니다. [내부]를 눌렀는데 [내부]와 전혀 관계 없는 간판 사진이 나오기도 했습니다.
그렇지만 대부분은 적절한 사진들이었습니다. 다만 일부 부정확하게 분류된 사진에 대한 항의, 문제제기가 많았을 것이라 추측해요. 그걸 일일이 고쳐주기 보다, 차라리 기능을 없애는 것이 낫겠다고 판단했을 가능성이 있습니다. 부정확한 정보를 제공하면 지적을 들어야 하지만, 아예 제공하지 않으면 오히려 ‘말’이 없을 수 있습니다.
-
담당부서에 이동약자 의견 반영 창구 부재
이것도 정말 추측입니다. 아마 네이버 지도 팀, 혹은 이번 업데이트를 진행한 팀에 계신 분들은 ‘이동약자의 관점’에서 사진을 활용한 경험을 하신 적이 없지 않을까요. 만약 저희처럼 구성원 중에 이동약자들이 있었다면, 기능을 개편할 때 ‘이동약자들이 불편할 수 있겠다’는 점을 고려했을 것 같습니다.
|
|
|
이번 네이버 지도 업데이트에서 사라진 건 단순한 [외부] 카테고리가 아닙니다. 이동약자들이 접근성 정보를 확인할 수 있는 중요한 경로였고, 어떤 이들에게는 탐색 인프라 자체였습니다. ‘접근성 정보’라는 이름으로 제공된 건 아니었지만, 많은 사용자들이 출입구 사진을 보고 내부 구조를 파악하며 ‘갈 수 있는 곳’을 판단하는 기준으로 삼아왔습니다. 그 루트가 사라지자, 훨씬 더 많은 시간과 에너지를 들여야만 원하는 장소를 찾을 수 있게 됐습니다.
계단뿌셔클럽은 두 가지 문제해결 방법을 제안합니다.
-
서울 지역이라면, 계단뿌셔클럽 앱을 활용해보세요.
아직 모든 정보가 완벽히 갖춰지진 않았지만, 서울 내 주요 지역의 출입구 정보를 꽤 모아두었습니다. 특히 성수, 용산, 종로, 광화문, 사당, 서울대입구, 신촌, 홍대 등 핵심 상권에서는 대안이 될 수 있습니다.
-
문제를 널리 공유해주세요.
더 많은 사람들이 문제를 인식하고 목소리를 낼 때, 기업이 움직입니다. 주위 많은 사람에게 문제를 알려주세요.
|
|
|
- 인스타그램 공유
- 이 링크를 공유하며 네이버를 태그해주세요.
- 이번 뿌클레터를 주변에 공유해주세요
- 네이버에 지인이 있거나, 이 소식을 전달할 창구가 있다면 이 이야기를 함께 나눠주세요. 저희에게 소개해주셔도 좋습니다.
|
|
|
그동안 많은 분이 말씀하셨습니다. ‘계단문제’는 계단뿌셔클럽 같은 작은 비영리단체가 아니라, 지도 앱을 이미 잘 하고 있는 회사들이 풀어야 할 일 아니냐고요. 저희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습니다. ‘영리기업에게 이동약자는 핵심 고객이 아니기 때문에 오히려 풀기 쉽지 않다, 비영리조직이 풀 수 있는 문제다’ 라고 답해왔습니다. 이번 네이버 지도 기능 개편은 그 주장을 뒷받침하는 사건입니다.
영리기업은 목적을 위해 언제든 서비스 방향을 바꿀 수 있습니다. 그리고 그때 (서운하게도) ‘이동약자와 그 친구들’은 최우선 고려 대상은 아닙니다. 그래서 이번처럼 계단뿌셔클럽이라면 절대 없앨 리 없는 기능을 없애는 결정도 할 수 있습니다. 그래서 비영리조직 계단뿌셔클럽 같은 팀이 필요합니다. 우리의 존재 이유는 ‘이동약자와 그 친구들의 막힘없는 이동’에 있기 때문입니다.
계단뿌셔클럽이 더 빠르게 성장해야 합니다. 더 많은 정보를, 영향력 있는 기업과 멋진 협업을 할 수 있도록 많은 관심과 응원, 동참을 부탁드립니다. 그래서 언젠가는 이런 문제가 생겼을 때 ‘당장의 대안’이 될 수 있도록 더 열심히 노력하겠습니다.
“그래? 그럼 그냥 계뿌클 보면 돼!”라는 말을 당당하게 할 수 있도록 말이죠. |
|
|
지난 한 달간 계단뿌셔클럽이 여러분께 전하고 싶었던 소식을 클리핑하여 전달드립니다. |
|
|
- 장소 정보 신고시 사유 입력
- 홈화면에서 지도 진입 아이콘 제공
- 정복활동 퀘스트에서 계단뿌셔클럽 앱으로 링크 연결
- 정복활동 퀘스트 클리어시 클리어 이미지 확인 가능
- 검수 후 불량 데이터 2,500건 삭제, 1,297건 데이터 수정
|
|
|
버기
이번 주말, 봄시즌의 마지막 정복활동이 열립니다. 딱, 다섯 분만 한티역으로 와주시면 좋겠는데… 아무래도 어렵겠죠…? 어려울 거야… 흑흑… 정말 안 될까요 여러분? 이번 시즌 목표를 잘 달성하고 마무리할 수 있도록, 혹시 토요일 오전 시간 되시는 분은 한티역 정복활동에 함께해주세요. 여기에서 신청하실 수 있습니다. 저도 가니까요. 혹시 오시는 분들 현장에서 만나요!
|
|
|
윌리
원래 이번 레터는 '일상과 퀘스트'라는 프로그램의 운영 스토리를 전할 예정이었습니다. 그런데 출장 중 카페를 찾다 확인한 네이버 지도 업데이트 소식과 이에 대한 친구들의 당황한 반응을 보고, 이 이야기를 전해야겠다고 급히 수정했습니다. 처음 초안엔 '분노'가 많았지만, 버기가 더 많은 분들이 공감할 수 있도록 편집해줬습니다. 문제를 발견하고 행동하는 출발은 '분노'일지 몰라도, 지속적인 해결은 결국 '다정한 관심'으로 가능하다는 걸 계뿌클을 하며 배우고 있습니다. 늘 다정한 마음을 내어 뿌클레터를 읽고, 함께해주셔서 감사합니다.
|
|
|
크러셔, 오늘의 레터는 어땠나요?
더 좋은 레터를 쓰고 싶은데요, 여러분이 어떤 이야기를 궁금해하시는지 궁금해요.
레터에 대한 의견을 남겨주시면 정말 큰 도움이 됩니다! |
|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