뿌하인드
뿌하인드는 계단뿌셔클럽의 '비하인드 스토리'를 전하는 비정기 레터입니다. 윌리 또는 버기가 가끔씩 나누고 싶은 이야기가 있을 때 써서 보내드립니다. 오늘은 지난 일요일에 열린 2025 크러셔 데이의 소소한 비밀을 소개합니다. 작성자는 버기입니다. |
|
|
오전 9시에 모여 크러셔 데이를 준비한 크루들 |
|
|
크러셔 데이는 ‘이동약자와 그 친구들’이 가장 많이 모이는 계뿌클 최대명절입니다. 장애인(차별철폐)의 날이자 계단뿌셔클럽 앱 출시 기념일인 4월 20일에 열립니다. 170명이나 옵니다. 게다가 다양한 사람이 옵니다. 휠체어 사용자, 어린이, 고령자 등등, 그래서 모두 편안히 즐기려면 비밀스러운 노력들이 필요합니다. 청 테이프를 구입한 것도 그런 까닭이었습니다. |
|
|
청 테이프 작전을 설명하는 은하님과 진지하게 듣는 스탭들 |
|
|
감사하게도 작년에 이어 올해도 Microsoft에서 행사장을 빌려주셨습니다. 경복궁, 북악산, 청와대가 한 눈에 보이는 근사한 공간인데요. 작년 행사 중에 이동하다가 윌리가 넘어지는 일이 있었어요. 평소 강의장으로 이용하는 공간이다 보니, 수십 개의 책상이 있고, 책상마다 전원을 사용할 수 있습니다. 그래서 바닥에는 콘센트가 마련되어 있는데요. 이동하다가 콘센트 덮개에 휠체어가 걸려 윌리가 앞으로 넘어지는 일이 생긴 것입니다.
사실, 평소에는 이럴 일이 없습니다. 왜냐하면 지나다니는 사람이 콘센트에 걸리지 않도록, 콘센트가 책상에 잘 가려져 있거든요. 그런데 크러셔 데이에는 이 공간의 적정 수용 인원 대비 1.5배가 넘는 인원이 참석합니다. 그래서 책상을 다 치워야 하는데요. 책상을 치우게 되니 콘센트가 돌출하게 되어 이동할 때 방해물이 된 것입니다. 다행히 윌리가 다치지는 않았고, ‘내년엔 꼭 보완해야지!’하고 생각하고 있었습니다.
방법은 간단합니다. 다이소에서 청테이프를 사서 바퀴나 발에 걸리지 않도록 테이프를 붙여 덮었습니다. 간단한 작업인데요. 조치를 해두니 작은 바퀴나 어린이의 작은 발에도 걸리지 않겠더라고요. 올해 크러셔 데이에는 작년보다 훨씬 더 많은 휠체어 사용자가 방문했는데요. 청테이프 신공 덕분에 이동하다가 걸리는 일 없이 편안하게 잘 행사를 즐길 수 있었습니다. |
|
|
밝고 경쾌한 행사에 가면 빠지지 않는 것, ‘포토존’입니다. 대부분의 포토존은 160cm ~ 180cm 키의 성인이 서서 사진을 촬영하는 것을 전제로 만들어져 있어요. 그래서 휠체어 사용자나 어린이, 키가 작은 사람은 포토존에서 사진을 찍었을 때 구도가 별로 예쁘게 나오지 않습니다. 사실 저도 잘 몰랐는데요. 휠체어 사용하는 친구들이 많아지고, 사진을 찍어줄 일이 늘다 보니 뭔가 맘에 안 들게 나온다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2025 크러셔 데이에는 두 개의 포토존을 만들었습니다. 하나는 평균 키의 성인이 서서 찍기 좋은 포토존, 하나는 높이가 상대적으로 낮아서 어린이, 휠체어 사용자가 사용하기 편한 포토존입니다. 아주 대단한 첨단기술을 활용하거나 한 건 아니고요. 포토존의 배경 높이를 낮추고, 낮은 탁자를 배치했어요. 탁자에는 포토존에서 사용하는 콩알이 종이 패널, 계단뿌셔클럽 로고 패널을 두어서 사진 찍을 때 쓸 수 있도록 했습니다.
출석체크하는 참가자 등록대도 여러 높이로 운영했습니다. 이때 Microsoft의 철학이 녹아든 공간의 덕을 톡톡히 봤습니다. 왜냐하면 Microsoft에는 이동약자의 높이에 맞춘 안내 데스크가 이미 만들어져 있거든요. 이 안내 데스크는 휠체어를 사용하는 방문자에게도 편하지만, 휠체어를 사용하는 스태프에게도 편리합니다. 이동약자와 그 친구들이 함께 행사를 준비하는 계단뿌셔클럽에 정말 딱 맞는, 탐나는(…) 사무실이었다고 합니다. |
|
|
작년 크러셔 데이에서 ‘실내 동선’이 아쉬웠습니다. 욕심을 내서 많은 분을 초대했는데, 그러다 보니 행사장 내에서 통로 확보가 잘 되지 않더라고요. 특히 휠체어 사용자들이 이동하기 어려웠다는 의견이 있었습니다. 근데, 당 떨어질 때 ‘간식’ 못 챙겨오면 안 되잖아요? 안 그래도 행사가 5시간이나 되는데 말이죠. 작년에는 이동이 불편하다보니 휠체어 사용자들이 간식 먹기가 어려웠습니다. 간식 가지러 잘 안 가시더라고요.
대안은 ‘간식 꾸러미’입니다. 간식을 미리 주문해서 1인분씩 포장했습니다. 그리고 입장할 때 한 분씩 나눠드렸어요. 간식 꾸러미 대작전에는 최근 크러셔 오피스에 합류한 은하님이 큰 역할을 하셨습니다. 저속노화교 신자인 저는 ‘아니, 어차피 다 당인데 대충 골라도 되지 않을까?’ 생각했는데요. 은하님은 신중하고 단호한 표정으로 간식을 고르고, 조합을 고민하셨습니다. 행사 이틀 전 도란도란 셋(윌리, 버기, 은하)이 포장도 하고요. |
|
|
‘모두를 완벽하게’ 환대하는 것은 역량 밖의 일입니다. 그렇지만, 우리의 초대에 응해주신 고마운 분들을 최대로 환대하고 싶습니다. 다양한 사람이 차별 없이 편안하고 즐거웠으면 좋겠습니다. 그런데 문제는 <이것만 그대로 따라하면 완벽한 환대 매뉴얼> 같은 것이 세상에 없다는 거죠. 오직 우리가 할 수 있는 건, 용기를 내서 일단 초대하고, 따갑더라도 의견을 듣고, 개선하는 것입니다. 위의 비밀작전들도 다 감행하고, 듣고, 기억하고, 적용한 것입니다.
이번에도 생각지 못한 의견을 들었습니다. 점심으로 샌드위치를 준비했는데, 손 사용이 어려운 사람은 샌드위치를 혼자 먹기 어려웠다는 이야기였습니다. 샌드위치를 더 작게 자르거나, 숟가락으로 먹을 수 있는 메뉴 선택권이 있으면 해결할 수 있겠다는 회고를 했는데요. 다음에 꼭 적용해봐야겠습니다.
우린 완벽할 수야 없지만, 꾸준히 노력할 수는 있으니까요!
🍀 2025 크러셔 데이의 ‘비하인드 스토리’ 말고 ‘본 스토리’는 다음주 정기호에서 소개드릴게요! |
|
|
봄시즌 게스트 모집 중
봄시즌 정복활동 게스트 모집이 한창 진행 중입니다. 그런데, 이번 시즌 생각보다 모집이 쉽지 않은 상황이에요. 여러분이 와주신다면 정말 큰 힘이 될 것 같습니다. 아래 버튼을 눌러, 혹시 가까운 곳 없는지 한 번 확인해 놀러와주세요. 두 팔 벌려 기다리고 있을게요! |
|
|
크러셔, 오늘의 레터는 어땠나요?
아래 버튼을 눌러 의견을 남겨주세요. 다음 레터를 만드는 데 큰 힘이 됩니다!
|
|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