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러셔님께 지난 4월 20일은 어떤 하루였나요? <2025 크러셔 데이: 우정을 발견하는 법>이 열린 이 날, 계단뿌셔클럽은 170명의 크러셔가 펼친 우정에 폭 안겨버렸습니다. 날씨도 탄성이 날 만큼 좋고, 앱 서비스도 잘 작동해 역대급(!) 하루를 보냈는데요. 오늘 뿌클레터에서는 이날의 명장면을 여러분께 전합니다.
85%의 참가자가 ‘매우 만족’했다는, 크러셔 데이의 다섯 순간을 만나보세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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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나. 우정 직접 실행하기
크러셔 데이 첫 번째 순서는 ‘정복활동’이었습니다. 10시 30분, 130명이 넘는 이동약자와 그 친구들이 3개 지하철역에 모였습니다. 비밀스러운 미션을 수행하듯, 광화문역, 경복궁역, 종각역으로 구분된 각자의 집결지에 도착했고요. 집결지에서 기다리던 크루와 짝을 이뤄 골목을 산책하고, 햇살을 즐기며 활동을 시작했습니다. 처음엔 조금 어색하기도 했지만, 주어진 퀘스트를 깨다보니 어색함도 뿌셔졌어요. 일찍 끝낸 팀은 다른 팀을 돕거나, 짝꿍 끼리 도란도란 이야기를 나누기도 했고, 팀 별로 기념사진도 찍었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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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결과 광화문 주변의 1,102개 장소를 정복할 수 있었습니다. 대단하죠? ‘우정의 실행’으로 멋진 결과를 함께 만들어냈어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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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둘. 친구 되는 법 <우정의 탄생>
‘정복활동에 대한 부담’이 정말 이유인지 확인해봐야겠죠. 주위 휠체어 사용자들에게 물어봤어요. 혹시 크루 활동에 관심이 없는지, 아니면 관심은 있는데 신청하지 않은 건지, 그렇다면 그 이유는 무엇인지 말이죠. 이야기를 쭉 듣고 보니 두 개의 뚜렷한 이유가 있었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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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외 정복활동이 끝난 후, 실내에서는 패널토크가 이어졌는데요. 첫번째 패널토크는 이동약자와 친구, 친구가 되고 싶은 잠재적 친구가 우정을 시작하는 법에 대한 이야기를 나눴습니다. 이동약자는 윌리인 박수빈 공동대표, 친구로는 23년부터 크루가 된 정지운님, 잠재적 친구 방송인 김지영님이 함께 했어요. 따뜻하고 유쾌한 이야기들이 오갔는데요, 한토막 소개드릴게요!
수빈 질문: 이동약자와 진짜 친구가 되었다고 느낀 순간이 있나요?
지운: “언젠가 크루들과 함께 국립현대미술관(국현미) 서울에 전시를 보러 갔어요. 휠체어를 사용하는 원희 님도 함께였어요. 국현미는 접근성이 좋아서 이동약자도 방문하기 편한 곳이거든요. 전시를 보고, 치킨집에 가서 수다를 떨었는데요. 원희 님이 호출한 장애인 콜택시가 금방 와서 원희 님이 먼저 출발했고, 좀 더 놀다보니 저도 집에 갈 시간이 됐어요. 근데, 결제하려고 보니 제 가방이 없는 거에요! 지갑도, 우산도, 아무 것도!
알고 보니 제 가방은 원희 님 전동 휠체어에 걸려 있었어요. 평소에도 만나면 자연스럽게 휠체어를 가방걸이처럼 쓰곤 했는데, 그 날도 걸어놓고 깜빡한 거죠. 저는 버스비를 빌려서 원희 님 집으로 가서 소중한 지갑과 가방을 찾아 귀가할 수 있었답니다. 친구를 너무 이용한 것 같은 에피소드이지만, 그래서 더 ‘우리가 정말 (편안한) 친구구나’ 싶은 순간이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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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영 질문: 이동약자 친구와 처음 친해질 때, 뭔가 신경 쓰고, 힘이 들어가서 상대를 불편하게 할까 걱정이에요. 좋은 팁이 없을까요?
수빈: “사실 친구가 되는 첫 순간은 누구에게나 굉장히 어색하고 약간 불편한 것 같아요. 이동약자들 또한 상대방이 처음에 어색해하거나 조심스러워한다는 걸 정말 잘 알고 있어요.
중요한 건 ‘의도’에요. 상대방을 생각해서 조심하려는 마음, 잘 다가가고 싶어하는 진심은 대부분 느껴집니다. 그건 아마 이동약자든 비이동약자든 다 똑같을 거라고 생각해요. 상대방이 내게 호의를 갖고 있는 건지, 다른 의도가 있는 건지 느껴지잖아요.
그리고 이동약자들은 배려하려는 눈빛, 망설임을 정말 많이 겪어봤기 때문에 여러분이 생각하시는 것보다 훨씬 더 편안하게 받아들일 준비가 되어있어요. 이미 그런 경험의 전문가들이에요. 약간 어색해도 괜찮습니다. 자연스럽게 다가와주세요. 같이 어색함을 넘어가는 것이 바로 친구가 되는 과정이니까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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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셋. 우정이 넘실대는 사회를 먼저 본 이야기 <우정의 전통>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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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 5월 뿌하인드 <선생의 은혜>를 기억하는 분 계신가요? 그 주인공 신필균 사무금융 우분투재단 이사장님을 모셨습니다. 신 이사장님은 30년 먼저 우정의 필요성을 느끼고, 문제 해결을 위해 노력해온 이야기를 들려주셨어요. 이사장님과의 대담 <우정의 전통>은 가장 많은 참가자가 ‘최고의 순간’으로 꼽은 순서이기도 합니다. 그날의 이야기 중에서 오래 기억하고 싶은 이야기를 공유합니다.
‘장애인’이라는 생각이 들지 않는 사회
“저는 어릴적 소아마비를 앓았습니다. 성인이 된 후에는 티가 나지 않는 정도였지만, 가장 싫어하는 건 여전히 계단이었습니다. 그런데 (유학으로) 스웨덴이라는 나라에 가보니 계단이 무섭지가 않더라고요. 계단 옆에는 항상 에스컬레이터, 엘리베이터가 있었습니다. 계단의 높이도 낮고, 양 옆에는 손잡이가 잘 마련되어 있었어요.
‘계단이 적이 아니라, 프렌드(친구)가 될 수도 있구나’
또 스웨덴 사람들은 ‘다름’을 이상하게 보지 않았어요. (장애에 대해) 질문하는 건 주로 자신이 무언가 준비해야 할 것이 있는지 확인하기 위한 관심 때문이지, 일절 차별이 없다는 느낌을 받았어요. 장애인이라서 할 수 없는 일이 별달리 없으니까 평소엔 내가 장애인이란 의식을 전혀 하지 않았어요. 장애로 인해 뒤떨어지지 않으니까요.
그러니까, 누군가 장애로 뒤떨어지지 않도록 대비해 놓는 사회, 스웨덴이 지향하는 방향이더라고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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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중 질문: 현실적인 제약이 많을 때, 어떤 방식으로 문제를 해결해 나가면 좋을까요? 예를 들어, 이동권을 보장해야 하지만, 러시아워 시간에 대중교통을 타는 건 비장애인 시민도 참 어려운데요. 이런 상황에서 어떤 방법이 있을까 생각해보면 잘 떠오르지 않습니다. 이런 현실적 한계를 어떻게 극복해나갈 수 있을까요?
“감사합니다. 내가 한 마디로 대답할 수 없는 질문을 주셨어요. 근데 대단히 중요한 질문, 현실적인 질문인데요. 나는 이런 믿음이 있어요. 어떤 문제를 정확하게 분석하면 답은 거기에 있다.
출퇴근 시간, 만약 사람이 몰려들기 때문에 장애인의 이동 문제는 뒤로 두어야 할까요? 좀 더 넓게 생각해볼 수도 있죠. 예를 들면, (모든 시민의) 출퇴근을 좀 더 플렉서블(유연하게) 한다거나, 장애인 콜택시를 더 쉽게 탈 수 있도록 배차량을 늘리거나, 지하철 대체 셔틀을 더 운용할 수도 있습니다.
출퇴근 시간이 아니라 학생들의 ‘시험 시간’이 문제가 될 수도 있겟죠. 그럴 때는 시험 시간 제도를 유연하게 바꾸어서 해결할 수도 있습니다.
모든 문제가 한 번에 이렇게 탁 답이 나오는 건 아니지만, 그 문제가 반드시 해결되어야 한다면, 내용을 면밀이 분석함으로써 반드시 방법을 찾을 수 있다. 저는 그렇게 생각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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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러셔 데이가 열린 멋진 공간을 제공해주신 Microsoft의 발표도 있었습니다. Microsoft는 모든 직원의 업무 접근성을 고민하는 회사입니다. ‘모든’에는 다양한 장애를 가진 직원이 포함되죠. 어떤 철학을 가지고 있고, 그 생각이 사무실 환경과 채용 시스템에 어떻게 녹아있는지 들려주셨어요. 계뿌클 팀은 행사 전 오피스 투어를 할 기회가 있었는데요. 정말 다양한 사용자를 고려해 설계된 공간을 보고 너무 탐 났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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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장 인상적인 건 휠체어 사용자도 쓸 수 있는 폰 부스였어요. 윌리가 지금까지 본 폰부스는 휠체어로는 이용할 수 없어 늘 그림의 떡이었는데요. 의자를 펴서 앉을 수도 있고, 접으면 휠체어를 타고 들어갈 수 있는 폰 부스가 MS 사무실에 있더라고요.
Microsoft는 모두의 접근성을 고려하는 것을 ‘특별한 배려’가 아니라, 모두가 편히 일에만 집중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드는 당연한 노력으로 생각하고 있었습니다. 이렇게 우정이 적용된 사무실, 더 많은 곳에서 만나길 바라요! 나중엔 계뿌클 사무실에도 꼭 적용하고 싶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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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러셔 데이는 정말 많은 분들의 우정으로 무사히 완성될 수 있었습니다. 아침 9시에 모여 활동을 준비한 70여 명의 크러셔 클럽 크루, 원활한 행사 진행을 위해 애쓴 스태프, 앱 오류를 막기 위해 긴장하고 모니터링한 제품팀, 진심어린 이야기를 들려준 패널 연사 분들, 기꺼이 물심양면 도와주신 후원사, 후원자 분들까지.
그리고 무엇보다 일 년에 며칠 없는 화창한 일요일을 내어주신 이동약자, 비이동약자, 그리고 어린이 크러셔 여러분 감사합니다. 여러분 덕분에 4월 20일의 광화문은 우정으로 가득했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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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동약자와 그 친구들이 이동을 쉽게 시작하는 세상을 만드는 건 어려운 일입니다. 그렇지만, 문제를 해결하는 친구들이 점점 늘어난다면 해낼 수 있는 일이 될 거에요. 많은 분들이 우정을 발견하고 우리의 친구가 되어가는 모습을 보며 어떤 확신을 마주하게 된 하루였습니다.
내년에는 크러셔님도 모셔서 더 다양한 우정을 발견할 수 있도록 열심히 하겠습니다.
그나저나… 2026년 크러셔 데이는 어디서 해야할지 벌써 고민이네요!
인원이 더 많아질텐데 말이죠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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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한 달간 계단뿌셔클럽이 여러분께 전하고 싶었던 소식을 클리핑하여 전달드립니다.
<미디어 & 인스타 소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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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기
크러셔 데이 끝나고 치열하게 회고를 해보았습니다. 크러셔 오피스 내에서도 회고하고, 리더크루들과도 회고를 했는데요. 성취감이 드는 내용도 있었지만, ‘더 잘 할 수 있었는데, 아쉽다!’는 생각이 많이 드는 이야기도 많았습니다. 꼼꼼히 잘 기록해두고, 내년 크러셔 데이를 준비할 때 재료로 잘 활용해야겠다고 기억해둡니다.
그리고 또 기억해둘 것이 있어요. 크러셔 데이 마친 밤, 집에 오는 길, 걷는데 실실 웃음이 났습니다. 날씨도 좋고, 가로수의 벚꽃이 아직 멋지게 피어있어서 이기도 하지만, 우정이 넘실대는 크러셔 데이 내내 참 기쁘고 행복했기 때문입니다. 내년 크러셔 데이까지 이 감정을 잘 간직해야겠다고 생각했습니다. 멋진 시간 함께 만들어 기뻤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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윌리
크러셔 데이 행사를 무사히 끝냈다는 생각과 함께, 무사하다는 말이 참 감사하고 어려운 것임을 새삼 깨달았습니다. 작년에는 무사하지 못했던 기억이 잔뜩이었기 때문인데요. 무사하기 위해서는 많은 사람들이 함께 맡은 역할과 가끔은 맡은 것보다 더 많은 것들에 '참여'하고, '진심'으로 해내야 하는 것 같아요.
아마도 크러셔 클럽의 크루들과 참여한 게스트들의 다정함 덕분에 무사히, 사실 그것보다 좀 더 멋지게 계뿌클 최대명절 크러셔 데이가 잘 마무리 되었습니다. 5월에도 무사하게, 또 치열하게 좋은 한달을 기대해봅니다. 그러려면 제가 잘 해야겠지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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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짜 계산 착오로 4월 뿌클레터를 5월 1일에 보내드리게 되었는데요. 다음 5월 정기호는 5월 29일 목요일에 착오 없이 보내드리도록 하겠습니다! 그리고, 봄시즌 정복활동 게스트 모집이 절찬리 진행 중이에요. 시간 되실 때, 즐겁고 뿌듯한 정복활동에 함께 해주세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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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러셔, 오늘의 레터는 어땠나요?
레터에 대한 의견을 남겨주세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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