뿌하인드
오늘 뿌하인드에서는 얼마 전 있었던 ‘임팩트 세션’을 다룹니다. 멋쟁이 연사 세 분을 초청해 ‘우정’에 관해 대화한 시간이었는데요. 94%의 크루가 ‘매우 만족’한 역대급 행사가 됐습니다. 역대급 행사의 하이라이트를 소개하는 오늘의 작성자는 버기입니다. |
|
|
좋은 기획에는 ‘뚜렷한 의도’가 있어야 합니다. 지난 봄시즌 임팩트 세션에는 ‘뚜렷한 의도’가 없었습니다. ‘매력적인 연사가 와서 좋은 이야기 들려주는 시간 하나쯤 있으면 구색이 맞지 않을까?’하는 막연한 생각만 있었죠. 봄시즌을 회고할 때도 아쉬운 행사였다는 평이 많았습니다. 그래서 이번 임팩트 세션에는 ‘뚜렷한 의도’를 고민하는 것부터 시작했습니다. |
|
|
이번 임팩트 세션은 4명의 크루로 이루어진 ‘연결유닛’이 기획하고 운영했는데요. 연결유닛이 처음 선택한 의도는 ‘크러셔 클럽 그 이후의 이야기’였습니다. 지역 곳곳에 경사로를 설치하는 사람의 이야기, 무장애 관광을 개발하는 사람의 이야기, 모두를 위한 디자인을 하는 사람의 이야기를 다루어 보자는 의견이 나왔는데요. 이 세 가지 이야기를 포괄하는 방향성이 ‘그 이후의 이야기’였던 것이죠.
기획안을 접하고 저(와 윌리)는 고민에 빠졌습니다. 읽어보니 어떤 모습의 행사가 될지 잘 그려졌습니다. 연사 섭외도 충분히 될 것 같았고요. 그런데 조금 평이하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세션의 의도가 좀 더 뾰족했으면, 크루들의 갈증이나 갈망을 더 건드릴 수 있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래서 유닛리더 윤주님께 기획회의를 요청했습니다. 지금 크루들이 알고 싶은 것, 듣고 싶은 것이 무엇일까 길게 토의를 했는데요.
윤주님이 회의 중에 ‘우정의 확장’이라는 화두를 꺼냈습니다. 자신이 생각하는 <크러셔 클럽> 활동의 본질은 ‘우정의 확장’인데, 우정의 확장이란 ‘너의 문제를 나의 문제로 받아 들이는 것’이라고 합니다. 우정의 확장을 돕는 세션이 되면 좋겠다, 그것을 의도로 삼자는 이야기를 듣고 저는 ‘이거다!’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왜냐하면 크루들이 ‘우정의 확장’에 있어 약간의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생각했거든요. |
|
|
<크러셔 클럽> 크루 중에는 이동약자도 있고, 아닌 사람도 있습니다. 그렇게 섞인 모임에서 서로 느끼는 ‘묘한 어색함’이 있습니다. 서로에 대한 배려, 존중, 낯섦 등에서 파생되는 묘한 어색함, 이걸 뛰어넘어야 진짜 우정을 나누게 되는데요. 진짜 우정으로 나아가는 데 필요한 이야기를 목격담, 경험담, 모험담으로 구성했습니다. |
|
|
휠체어를 사용하는 원희님은 친구들의 우정이 확장되는 장면을 많이 목격했습니다. ‘이거 진짜 우정이구나’ 느끼는 순간이 언제냐고 여쭤보니 “친구들이 나를 장애인으로 생각하지 않고 자기 이익을 챙길 때”라고 했습니다. 약속 장소를 정하는 상황에서 원희님을 더이상 배려하지 않고, 자신이 먹고 싶은 것, 가고 싶은 곳을 강하게 주장하며 양보하지 않는다고 합니다.
그렇지만 원희님이 간혹 차별적 대우를 경험할 때면 누구보다 적극적으로 싸워주는 친구들이기도 합니다. 공항에서 편의를 제공하지 않으려는 항공사 직원을 만났을 때, 원희님은 그냥 포기할까 생각했지만 친구들이 화를 내며 따져 물어 문제를 해결한 경험도 들려주셨습니다. 장애에 대한 인식이 사라지는 편안한 우정, 동시에 차별에 함께 싸워주는 우정의 이야기가 참 유쾌하고 재미있었습니다. |
|
|
정회님은 배리어프리 정책 만드는 데 앞장서는 용산구의원입니다. 크게 아프셨을 때 한동안 걷기가 어려우셨대요. 몇 센티미터의 단차도 오르기 어려워서 난감하고 슬펐던 그때의 경험이 ‘모두가 편리하게 이동하는 도시’를 만드는 일로 이어졌습니다. 관련 정책을 만들 때 가장 어려운 점이 무엇인지 여쭤봤더니 “설득할 사람이 너무 많다”고 하셨어요. ‘소수가 혜택 보는 정책보다 다수가 혜택 보는 정책을 만드는 것이 사회에도, 당신에게도 낫지 않냐’고 말하는 분이 많다고 해요.
그렇게 말하는 사람들을 설득하기 위해 정회님은 자신의 경험과 구민들에게 들은 이야기를 전합니다. 아파트 출입구 턱을 넘으려고 직접 경사로를 제작해 사용하는 노부부의 이야기, 아파트 주차장에 설치된 전기차 충전기를 사용할 수 없는 장애인의 이야기를 직접 듣고 전하며 정책을 만들어온 이야기를 들려주셨습니다. 이렇게 정회님이 우정의 지평선을 넓히기 위해 일할 수 있 건 이동약자의 삶을 직접 경험해 봤기 때문이라는 말씀도 들려주셨습니다. |
|
|
혜일님은 IT 업계에서 사람들을 설득해 ‘누구나 이용할 수 있는 웹 사이트, 모바일 앱 서비스’를 만들도록 하는 일을 해오셨습니다. 예를 들면 시각장애인도 카카오톡을 편하게 쓸 수 있는 방법들을 구성원들과 함께 고민하고 적용해오셨어요. 지난 10년 간 IT 업계에서 ‘접근성을 신경쓰자’며 우정을 넓히는 과정이 참 쉽지 않으셨다고 합니다. 그야말로 ‘모험’이었는데요. 모험의 곳곳에서 큰 힘이 되어준 동료들이 있었다고 해요. 그런데 신기하게도 나중에 들어보면 다들 가족 또는 친한 친구 중에 장애인이 있는 분들이었다고 합니다. ‘너의 문제를 나의 문제로 받아들이는’ 사람의 존재가 얼마나 소중한지 느낄 수 있는 모험담이었어요. |
|
|
세 분의 연사가 준비해주신 목격담, 경험담, 모험담만으로도 너무 좋았는데요. Q&A는 클라이막스가 됐습니다. 크루 준서님의 질문과 김혜일 이사님의 답변을 간추려서 소개할게요. 참고로 김혜일 이사님은 시각장애를 가지고 있습니다.
- 질문: 저는 <크러셔 클럽> 활동을 열심히 재미있게 하고 있어요. 근데 가끔은 제가 이동약자도 아닌데, 당사자도 아닌데 이런 활동을 적극적으로 하는 것이 괜찮은 걸까, 오지랖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어요. 당사자가 아닌데도 적극적으로 관련된 활동을 해도 괜찮은 걸까요?
- 답변: 오지랖을 부린다고 말하는 사람이 있다면, 그건 자기가 다른 사람을 돕고 싶지 않은 마음, 책임을 회피하고 싶은 마음을 정당화 하고 싶어 하는 거라고 생각해요. 그리고 당사자는 자기가 겪는 문제를 모르는 경우가 많아서 동료가 필요해요. 예를 들어 시각장애인은 보지 못 하기 때문에 자신이 누리지 못 하고 있는 것을 알아채기가 어렵잖아요? 그런 건 당사자가 아닌 사람이 당사자 입장에서 생각해보고 개선이 필요하다고 이야기를 해줘야지 변할 수 있어요. 그래서 오늘 우리가 이야기한 ‘우정’이 중요한 것이죠!
연결유닛의 세심한 행사 준비, 세 분 연사의 지혜와 유머, 그리고 크루들의 뜨거운 관심 덕분에 아주 근사한 임팩트 세션이 됐습니다. ‘다음에 이만큼 좋은 임팩트 세션 또 할 수 있을까’하는 생각이 드는 역대급 행사였어요. 참석한 크루들이 남겨주신 후기를 짧게 소개하면서 오늘의 뿌하인드를 마무리하겠습니다. 기획하고 준비하신 연결유닛의 윤주님, 그린님, 보름님, 혜진님 정말 고생 많으셨습니다!
“우리가 해결하고자 하는 문제의 당사자이거나, 해결하고 있거나, 해결하기 위해 노력하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들을 수 있었고, 지금 하고 있는 활동이 잘 하고 있고 옳은 방향으로 나아가고 있다는 응원과 확신을 얻을 수 있어서 뭉클했어요”
|
|
|
게스트 신청해주세요 >.<
가을시즌이 반환점을 돌았습니다. 이제 반도 안 남았는데요. 그 말인 즉슨, ‘정복활동 한 번 가야지’하고 생각하신 분들 어서 신청하셔야 한다는 뜻입니다. 꼭 한 번 와주시면 좋겠어요. 이번 시즌 정말 재미있고 보람있다는 후기가 많거든요. 그리고 아시다시피 ‘막힘없는 이동’을 위해서는 여러분의 동참이 꼭 필요하답니다. 아래 버튼을 꼭 눌러봐주세요!🫡 |
|
|
크러셔, 오늘의 레터는 어땠나요?
아래 버튼을 눌러 의견을 남겨주세요. 다음 레터를 만드는 데 큰 힘이 됩니다!
|
|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