뿌하인드는 계단뿌셔클럽의 '비하인드 스토리'를 전하는 비정기 레터입니다. 윌리 또는 버기가 가끔씩 나누고 싶은 이야기 거리가 있을 때 써서 보내드립니다. 첫 뿌하인드 작성자는 버기입니다.
구몬학습을 매주 밀리던 어린이의 근황
by 버기 · 2024. 2. 23.
벼락치기로 만든 PPT로 발표 중인 버기
방문 학습지 ‘구몬학습’ 다들 기억나세요? 매주 구몬 선생님이 집에 오셔서 학습지를 잘 풀었는지 검사받곤 했습니다. 선생님은 늘 새 학습지를 주셨죠. 이때 매일 풀어야 할 분량을 요일별로 정해주셨는데요. 저는 정해진 대로 매일 구몬을 풀어본 경험이 한 번도 없습니다. 늘 당일치기로 풀곤 했습니다. 그랬던 어린이는 자라서 일이 닥치기 직전에야 마감을 해내는 어른이 됐습니다. 바로 저 버기의 이야기입니다. 그 동안은 큰 문제 없이 살아왔는데요. 최근 문제가 좀 생겼습니다. 공동창업자인 윌리는 저와 달리 구몬을 안 밀리던 어린이였던 것입니다.
“피드백 할 시간을 확보해주세요”
리더들을 위해 준비한 것들
계단뿌셔클럽의 상근자 윌리와 버기는 매달 마지막 날 회고를 합니다. 한 달 간의 업무를 되짚어보면서 잘 한점과 아쉬웠던 점을 이야기합니다. 자연히 업무적으로 서로 아쉬웠던 점도 말하게 됩니다. 지난 회고 때 윌리는 봄클럽 준비모임을 준비하는 과정에 대한 아쉬움을 이야기했습니다. 1월 말에 지난 가을시즌 크루들을 초대해 봄클럽 기획에 관해 의견을 구했는데요. 이날 행사 준비가 행사 직전에야 끝났습니다. 그러다 보니 완성도가 기대에 미치지 못했고, 행사 진행에 있어서도 몇 가지 차질이 있었습니다.
특히 윌리가 문제제기했던 점은 행사 기획에 대해 피드백할 시간이 부족했다는 점입니다. 이 행사는 제가 기획을 맡았는데요. 일요일에 열리는 행사니까 늦어도 수요일에는 행사 진행 PPT가 공유가 되어야 충분히 살펴보고, 의견을 전하고, 일요일까지 함께 개선할 수 있습니다. 그런데 제가 행사 진행 PPT를 완성해 공유한 시점은 행사 시작 4시간 전이었습니다. 당시 윌리는 PPT를 보고 간단한 의견만 몇 가지 줬습니다. 그때 저는 ‘역시 우리는 생각이 잘 맞는구나’라고 생각했는데요. 사실 시간이 없어 자세한 피드백을 생략한 것이었습니다.
구몬을 밀리는 어린이에게도 생존 비법이 있습니다. ‘빠른 인정과 반성’입니다. 저는 윌리의 피드백에 의견에 구구절절 동의했습니다. 그래서 다음에 비슷한 행사를 하게 되면 행사 진행 PPT를 더 빨리 공유하기로 약속했습니다. 사실 제가 노느라 일을 미룬 것은 아니고, 더 많은 일을 해내고 싶은 욕심 탓에 생기는 문제인데요. 대화하다보니, 동시에 여러 일을 하지 못하더라도 마감 시한을 당겨서 완성도를 높이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저 역시 봄클럽 준비모임을 더 잘 하지 못해 아쉬웠기 때문입니다.
금방 찾아온 다음 기회 ‘리더 워크숍’
화기애애했던 리더 워크숍
‘다음 기회’는 금방 찾아왔습니다. 2월 18일에 열린 리더 워크숍입니다. 1월 31일에 각오를 다잡고, 2월 18일에 ‘다음 기회’가 찾아온 것이니까 2주만에 다음 타석에 서게 된 것입니다. 이번에도 제가 행사 기획을 맡았습니다. 일요일 행사니까 그 주 수요일까지 모든 준비를 마치고 팀에 내용을 공유하기로 목표를 세웠습니다. 평생 마감의 스릴을 즐기며 살아온 제가 2주만에 바뀌면 ‘나에 대한 예의가 아닌 건 아닐까?’ 하는 생각도 들었지만, 약속을 했으니 지키고 싶었습니다. 무엇보다도 귀한 시간을 내 참석해줄 리더들께 최대한 값진 경험을 드리고 싶었습니다.
그런데 여러분, 일이 미뤄지고 늦어지는 원인이 무엇인줄 아시나요? 지각을 안 하려고 곰곰히 따져보니 ‘선행 업무가 예정보다 늦게 마무리되어서’인 경우가 많습니다. 예를 들어 리더 워크숍에는 ‘봄클럽 운영계획 초안 작성’이라는 선행 업무가 있었습니다. 그런데 이 선행 업무는 상당히 복잡하고 중요합니다. 중요한 업무는 대개 완성도를 높이기 위해 최후의 최후까지 수정하게 됩니다. 장시간의 논의가 여러 차례 필요하고요. 그럼 어떡하죠? 선행 업무가 미뤄지면 리더 워크숍 준비도 늦어지고 똑같은 일이 반복되는 건 아닐까요?
제가 생각한 대안은 ‘일단 기획안을 쓰고 공유해 피드백을 받는 것’입니다. 리더 워크숍 최종 PPT가 나오는 시점은 늦어질 수 있습니다. 선행 업무가 언제 끝날지 모르니 통제하기도 어렵습니다. 그러다 늦어지면 이번에도 피드백할 시간이 없습니다. 그러나 일단 확정된 내용을 바탕으로 기획안을 최대한 자세히 써볼 수는 있습니다. 내용이 바뀌긴 하겠지만 그래도 50% 이상은 그대로 갈 것 같았습니다. 기획안으로 먼저 논의를 하고, 서로 상을 맞추면 최종 PPT가 나왔을 때 이견이 적을 것 같았습니다.
완벽하지 않은 것이 나의 매력
미소를 띈채 날카로운 피드백을 주고받는 버기(왼)와 윌리(오)
적절한 판단이었습니다. 제 예상대로 선행업무인 ‘봄클럽 운영계획’의 완성에는 많은 논의와 고민이 필요했습니다. 그래서 예상보다 지연됐습니다. 그렇지만 행사 2주 전에 리더 워크숍 세부 기획안을 완성하고 미리 공유, 논의한 덕분에 행사에 대한 상을 맞추고 행사를 준비할 수 있었습니다. 또 간식 주문 등 분담이 필요한 실무를 미리 윌리에게 요청해둔 것도 개선된 점이었습니다. 행사 진행 PPT를 행사 4일 전까지 공유하겠다는 목표는 이루지 못했습니다. 그래도 행사 하루 전날인 토요일 아침에 공유하는 정도로 개선이 됐습니다.
덕분에 리더 워크숍은 1월 말에 치러진 봄클럽 준비모임보다 더 완성도 높은 행사가 됐습니다. 회의실에 미리 음악도 틀어두었고, 참석하는 리더들을 위한 커피와 쑥 밀크티, 무화과 바게트도 미리 세팅했습니다. 리더들과 함께 읽고 싶은 책을 준비했고, 책에 짧은 감사 편지를 쓰는 것도 빼먹지 않았습니다. 행사 시간 관리에도 성공했고, 단체사진 찍는 것도 까먹지 않았습니다. 행사 중 리더 한 분이 지나가는 말로 “이번에 되게 많이 준비했네!”라고 하셨는데, 좀 작게 말씀하셔서 저만 소중하게 기억하고 뿌듯해하고 있습니다.
매주 월요일 계단뿌셔클럽은 주간회의를 합니다. 행사 다음날인 월요일, 윌리와 리더 워크숍에 대한 짧은 회고를 했는데요. 참회와 반성, 개선의 약속으로 채워졌던 지난 달 회고에 비해 한결 밝은 분위기로 회의가 진행됐습니다. 리더 워크숍이 실제로 잘 이뤄져서 봄클럽 운영계획을 많이 개선했고, 필요한 준비를 함께 잘 해냈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막상 저의 미루기 성향이 개선된 점에 대한 이야기가 나오지 않아 제가 먼저 “지난 달 준비모임에 비해 미리미리 준비한 덕분에 잘된 것 같다”고 운을 띄웠더니 뜻밖의 대답이 돌아왔습니다.
“맞아요. 저번 보다 미리 준비한 보람이 있었던 것 같아요. 대호님, 근데 그날 봄클럽 운영계획 초안 프린트해서 리더들한테 나눠주기로 했었는데 그거 안 하셨어요.”
^^… 쉽지않네…
크러셔 클럽 곧 모집 개시!
첫 뿌하인드를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다음에는 아마도 윌리의 뿌하인드로 찾아뵙겠습니다. 그리고 다음주 월요일에는 봄클럽에 함께 활동할 크루 모집이 시작됩니다. 소식 또 전해드릴테니, 관심 갖고 지켜봐주세요!
오늘 뿌클레터는 어땠나요? 듣고 싶은 이야기, 하고 싶은 이야기가 있다면 맘껏 남겨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