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러주시면 다 가던 시절이 있었습니다. 처음에는 ‘우리를 어떻게 알고 찾아주셨지? 너무 감사하다!’는 생각 뿐이었죠. 파트너십, 콜라보는 다다익선이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경험이 쌓이다 보니 감사하다는 마음만으로 협업 제안을 무조건 수락하는 것이 최선이 아니라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기준이 필요하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래서 가을시즌이 오기 전 해야 할 방학숙제 중 하나로 ‘파트너십 원칙 세우기’를 정했습니다. 이번 달 뿌클레터에서는 계단뿌셔클럽이 우여곡절을 겪으며 ‘파트너십 원칙’을 세우게 된 이야기를 들려드릴게요! |
|
|
“일단 많이 만나봐”
계단뿌셔클럽의 첫 협업은 작년 여름이었습니다. 강화도의 한 중학교 사서 선생님께서 DM을 주셨어요. 지도하는 동아리 학생들과 함께 정복활동을 해보자는 제안이었습니다. ‘어떻게 우릴 알고 연락 주셨지? 너무 감사하다! 정말 재밌겠다!’라는 생각으로 강화도에 달려갔습니다. 수업도 하고 정복활동도 했습니다. 정말 즐거웠어요. 청소년들의 명랑한 모습에 속세에 물든 영혼이 정화되는 느낌이랄까!
콜라보 제안이 점점 늘었습니다. 학교, 공공기관, 로컬 커뮤니티, 기업, NGO, 복지관, 뉴스레터 등 다양한 곳에서 조금씩 제안을 받게 됩니다. 재밌었습니다. 계뿌클이 아담한 팀이다보니 대부분 ‘진정성 있는 담당자’의 연락이었거든요. 우릴 알고 불러준다는 것 자체에 감탄하고 감사하며 충실히 돌아다녔습니다. 첫 투어 기회를 잡게 된 신생 서커스단처럼 신나게 제주, 부산, 인천, 충남, 곳곳을 누볐습니다.
근데 스멀스멀 위기감이 들기 시작합니다. 너무 재미있고, 좋은 사람들 만나는 것도 신납니다. 하지만 ‘우리 팀 지금 두 명 밖에 없고 다른 할 일도 많은데, 콜라보를 가능한 다 하는 게 한정된 시간을 가장 잘 쓰는 방법이 맞을까?’하는 생각이 든 것입니다! |
|
|
이대로 쭉 가면 어떻게 될까? 두 가지 극단적인 엔딩을 상상해보게 됩니다.
[시나리오 A] 앱 서비스 제대로 못 만들고 카페베네 엔딩: 윌리와 버기는 성심성의껏 전국을 누볐습니다. 8도 강산 곳곳 계단뿌셔클럽과 함께 한 파트너가 없는 동네가 없죠. 그러나 그들은 콜라보를 너무 열심히 한 나머지 앱 서비스 업데이트를 빠르게 해내진 못 했답니다. 겨우겨우 출시한 계단정복지도 업데이트 버전에는 전국 각지의 정보가 조금씩 흩어져 들어있었습니다. 그래서 어느 동네에서도 제대로 쓰기 어려운 서비스가 되었답니다!
[시나리오 B] 저축이 바닥나서 카페베네 엔딩: 역시나 윌리와 버기는 전국을 누볐습니다. 진심을 보여주는 곳이라면 열 명이든, 다섯 명이든, 찾아갔습니다. 누가 보든 말든 노래를 부르는 버스커처럼 말이죠. 덕분에 윌리와 버기에게는 많은 친구가 생겼지만, 통장은 말라갔습니다. 후원자도 모집하고, 수익모델도 만들어야 재정이 생기는데, 콜라보를 열심히 다니다 보니 그럴 겨를이 없었던 것이죠. 그래서 저축이 바닥난 두 사람은 다른 일자리를 알아보게 되었답니다!
둘 다 원하는 미래가 아니었어요. 우리가 바라는 미래는 이동약자와 그 친구들이 계단정복지도로 편리하게 이동할 수 있는 세상입니다. 카페베네 엔딩을 막고, 비전을 실현하려면 걸맞는 기준과 원칙이 필요하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
|
|
계단뿌셔클럽의 파트너십 판단 기준
- 단기 정복 목표를 달성할 수 있는 협업을 우선한다
- 재정적 지속가능성을 높일 수 있는 협업인지 고려한다
지금 중요한 건 서울 핫플에서 쓸 수 있는 앱을 만드는 것입니다. 그러려면 올해 50,000개 이상 장소의 계단정보를 모아야 하죠. 그리고 50,000개 이상 모으는 건 상당히 어려운 일입니다. 아쉽지만 서울 밖에서 하는 협업이거나, 많은 양의 정보를 모으기 어려운 협업은 당분간 사양하기로 했습니다. 많은 사람이 참여할 수 있는 단체, 기업, 기관과의 협업을 좀 더 우선하기로 한 것입니다.
재정도 중요합니다. 추가 재정 확충이 없으면 계단뿌셔클럽은 내년에 문 닫아야 할 수도 있습니다. 그래서 돈(!)을 벌어야 합니다. 협업에 따른 매출, 기부금을 이끌어내는 것이 중요합니다. 대상은 사회공헌 활동을 하는 기업, 공공기관 등입니다. 제안이 오기를 기다리는 것만으로는 안 되고, 먼저 찾아가서 제안하고 설득하는 일도 필요합니다. ‘막힘없는 이동’이라는 가치를 파는 세일즈맨이 되어야 하죠.
그렇게 정복량, 지역, 재정을 어느 정도 해결하면, 그 뒤에는 우리가 즐겁게 할 수 있는 다양한 협업을 더 편하게 할 수 있을 거에요. 상상만 해도 귀여울 것 같아 너무 하고 싶었지만 아쉽게도 사양해야 했던 한 초등학교 5, 6학년 전교생 콜라보 클럽도 마음 편히 할 수 있겠죠.
💡당장 하반기에는 파트너십으로 15,000개 장소를 정복하는 것이 목표입니다. 5,000개를 정복할 수 있는 큰 파트너 3군데를 찾기 위해 열심히 제안서를 쓰고 고치고 있습니다. 얼른 목표를 달성하고, 더 다양한 곳들에 찾아갈 수 있도록 도와주세요! 관심 있을만한 회사, 기관, 단체 소개 부탁드립니다! |
|
|
#썸머브레이크 #메달리스트 #전시회
더위와 폭우로 정복활동이 어려운 7월, <크러셔 클럽>은 썸머브레이크 중입니다. 썸머브레이크에는 크루들 간의 소소한 만남을 이어갑니다. 봄시즌 가장 많은 장소를 정복한 메달리스트 1~3위 크루와의 점심식사, 요즘 핫한 ‘이 땅에 숨 쉬는 모든 것을 위하여’ 전시 관람까지, 시즌 중 못 했던 소소하고 즐거운 활동을 하고 있습니다. 덕분에 무더위 속에서도 유쾌한 시간을 보낼 수 있었답니다!
#워크샵 #해커톤 #제품경험팀
7월 초에는 제품경험팀이 워크샵을 다녀왔습니다. 강릉으로 다녀왔는데요. 일에 몰입하는 해커톤이었다고 해요. 2박 3일 간 밀도 높게 일하고, 맛난 것도 먹고, 우정도 나누며, 새로운 기능 출시까지 해내는 무려 1석 4조를 목표로 했는데요. 성공적이었습니다. 붙어서 일하니 소통이 원활해 지난 개밥먹기에서 나온 백로그(과제)를 대부분 처리할 수 있었어요. 또 강릉 초당 순두부도 먹고, 회고도 하며 알찬 시간을 보냈답니다. 열심히 일한 만큼 이후 2주간의 방학을 가졌고요. 이제 연말 지도 출시를 향해 다시 달립니다!
#가을시즌 #리더모집 #완료 #12인체제
방학숙제로 또 뭘 하고 있었을까요? 바로 <크러셔 클럽> 가을시즌 준비! 가을 준비의 첫 단추는 리더그룹 모집입니다. 이번 가을시즌에는 리더그룹 구성에 약간 변화가 생기는데요. 다양한 프로그램을 함께 만드는 ‘기획리더’라는 역할이 생깁니다. ‘팀리더’는 <크러셔 클럽>의 근간인 팀 별 정복활동을, ‘기획리더’는 네트워킹 이벤트와 게스트 모집을 준비하고 운영해 나갈 예정이에요. 지난시즌 크루 대상으로 모집했는데, 감사하게도 많은 분들이 지원해주셨고 팀리더 10명, 기획리더 2명 라인업이 확정됐습니다!
#사회복지사협회 #보수교육 #강의
최근 뜻깊은 강의를 하고 왔습니다. 작년 가을 함께 해주셨던 크루께서 서울시사회복지사협회 보수교육 강사로 초대해주셨어요. 사회복지사 자격을 유지하려면 매년 반드시 들어야 하는 크고 중요한 교육이라고 합니다. 오랜기간 이동약자의 친구들로서 고민해온 분들께 강의하려니 조금 떨렸는데요. 감사하게도 80분 넘게 참석해주시고, 경청해주셔서 감동적이고 뿌듯했습니다. 강의가 끝난 후 함께 협업해보고 싶다는 의견 주신 분들도 계셨는데요. 멋진 협업점 만들 수 있도록 열심히 고민해보려고 합니다! |
|
|
윌리: 방학숙제를 하면 할 수록 숙제가 늘어나는 것 같은 건, 저의 착각일까요. |
|
|
버기: 가을시즌 리더그룹 라인업이 결정되어 설레고, 기쁘고, 모두를 모시지 못 해 아쉬워요…! |
|
|
끝나지 않는 숙제
오늘을 기점으로 장마가 끝나고 이제 무더위와 열대야가 본격적으로 시작된다고 해요. 계단뿌셔클럽의 최근 고민은 날씨 때문에 정복활동을 하지 못하는 시즌에 정복량을 어떻게 늘릴 수 있을까 하는 것이에요. 아이디어는 많지만 아직 구체화 된 방법은 없는데요. 8월에는 이 고민을 해결해 볼 실마리를 찾아보려고 합니다. 혹시 좋은 방법이 떠오르시면 저희에게도 알려주세요!
그렇지만 무엇보다 다들 더위를 잘 피해 이동하는 8월 되세요🤗
|
|
|
크러셔, 오늘의 레터는 어땠나요?
아래 버튼을 눌러 의견을 남겨주세요. 다음 레터를 만드는 데 큰 힘이 됩니다! |
|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