뿌하인드
뿌하인드는 계단뿌셔클럽의 '비하인드 스토리'를 전하는 비정기 레터입니다. 이번 뿌하인드는 인터뷰입니다. 윌리가 계단뿌셔클럽 로고를 만든 디자이너 쌤을 인터뷰했습니다. 한글 로고 탄생의 비밀을 소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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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집에 갈 수 있죠…?”
interview by 윌리 . 2024. 4. 15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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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단뿌셔클럽의 한글, 영어 로고 (영롱하네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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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초 계단뿌셔클럽의 새 로고를 공개했을 때 정말 많은 분이 좋아해주셨습니다. 보기 드문 한글 로고인 데다가, 로고에 중요한 의미가 담겼고, 심플하게 잘 디자인 되어서가 아닐까 싶은데요. 이렇게 멋진 로고 대체 누가 만들었을까요?
예상하셨겠지만 윌리와 버기는 아닙니다. 계뿌클에는 계단뿌셔클럽의 브랜드 경험을 함께 고민하며 만들어가는 브랜드 디자이너가 한 분 계십니다. 모든 디자인에는 이유가 있어야 하며, 결과물은 아름답고도 실용적이어야 한다는 천재 디자이너, 쌤(Sam)과 이야기를 나눠보겠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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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과 출신임을 자랑하고 있는 디자이너 쌤 (아님, 이과는 맞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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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에 내용을 입력하세요.안녕하세요. 디자이너 쌤입니다. 계단뿌셔클럽의 브랜딩 작업에 즐거운 마음으로 동참하고 있습니다. 윌리, 버기와 예전에 직장을 함께 다니면서 처음 만났어요. 함께 일할 때 문제를 스마트하게 풀어나갔던 경험이 좋았고, 가치관의 결이 비슷해서 계뿌클 일도 함께하게 되었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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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데, 원래 한글 로고를 만드는 일이 어렵다면서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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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고는 간결함, 단순함이 생명이에요.
한 눈에 봤을 때, “계단뿌셔클럽”이라는 걸 알면서도 “글자”처럼 보이지 않아야 하거든요. 근데 한글은 조형적으로 복잡한 언어에요. 초성, 중성, 종성으로 조합해서 글자를 만들어요. 로고로 만들기 어려운 조건을 갖고 있죠.
직관적으로 읽을 수 있게 디자인을 하면 로고가 아니라 “텍스트(글자)”처럼 보이고, 이걸 막으려고 아이코닉하게 변형을 하면 어떤 글자인지 읽을 수가 없어요. 누구나 쉽게 읽을 수 있도록 하려고 한글 로고를 만드는 건데 목적을 잃어버리는 거죠. 😵💫 진퇴양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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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단, 윌리가 만들어 달라고 했고요. (웃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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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단뿌셔클럽을 한글로 소리 내어 발음했을 때의 느낌, 그리고 ‘계단뿌셔클럽’이란 텍스트가 주는 특유의 경쾌함과 약간의 짓궂음이 이 브랜드의 정체성이라고 생각했어요. 그런데 영어(STAIR CRUSHER CLUB)로 바꾸는 순간 그런 느낌이 사라지고, 계단뿌셔클럽이란 이름의 의미 전달이 직관적으로 잘 안 되더라고요. 한글 이름은 귀에 대고 소리치는 느낌인데, 영어 이름은 우물우물 속삭이며 젠체하는 느낌이랄까요?
또 ‘클럽’이라는 단어가 주는 새마을운동 같은 레트로함, ‘뿌셔’라는 단어가 주는 관습 파괴적인 인상과 캐주얼함을 버리면 안 된다고 생각했어요.
윌리) 우리는 아직 작은 팀이기 때문에 하나의 이름을 정확히 알리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했어요. 사람들이 SCC 보다 "계단뿌셔클럽"을 훨씬 잘 기억하고 재밌어 하는 걸 보며 어렵더라도 한글 로고와 명칭으로 커뮤니케이션 해나가기로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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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쩐지, 함께 로고 기획할 때 아이디어가 바로 나올 수 없었던 이유가 다 있었군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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맞아요. 한글 로고 만드는 것 자체도 까다로운데 계뿌클의 정수, 철학 같은 것까지 로고에 담으려고 하니 참 막막했죠. 처음에는 ‘뿌셔’에 집중해서 글자를 뿌수는 작업은 너무 1차원적이고, ‘계단’의 이미지를 로고에 살리자니 이것도 이상하더라고요. ‘계단’을 ‘뿌수”는 조형은 너무 설명적이고요.
그러다 갑자기 마주한 경사로의 비밀! 경사로의 1:12 비율을 알게 된거죠. 안전하고 편리한 경사로는 최소 세로, 가로 1:12 비율을 맞춰야 한다고요. 그 얘길 듣곤 이 각도를 활용해 조형을 만들면 잘 풀릴 것 같다는 확신이 들었어요. 너무 노골적이지도, 숨어있지도 않은 의미여서 로고 그래픽 요건 - 상징성과 단순함 - 에 딱! 맞아 떨어졌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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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바로 일필휘지로 그리드를 그리셨죠!
1:12의 경사로 이루어진 그리드(모눈종이)를 만들고 그 위에 로고를 만들었어요. 이렇게 하면 조형적으로도 멋지고 어울리는 의미도 담기겠다는 확신이 들더라고요. 그 외 추가 그래픽들도 이 그리드를 바탕으로 하면 하나의 세계관 안에서 일관성 있는 결과물을 낼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이런 확신이 찾아오니 그리드를 그리는 노가다는 오히려 즐거웠어요. 그리드만 잘 그리면 결과물이 나오니까!
윌리) 실제로 그리드 위에 한글 로고를 본 순간, 모두 “이거다!”하고 쾌재를 불렀죠! 계단뿌셔클럽의 방향성이 잘 녹아들어 다들 동시에 반응한거죠. 저녁 먹고 기획 작업을 시작해 이미 자정이 넘은 시간이었는데 버기 얼굴에서 이제 집에 갈 수 있다는 안도감을 목격했습니다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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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좀 힘든 작업이었는데, 쌤이 즐거워하셔서 신기했어요.
효율적인 좋은 협업이었어요. 보통 맡은 일을 각자가 끝내고 다음 사람에게 토스하는 방식으로 협업을 하잖아요. (예: 기획 → 디자인 → 개발) 브랜딩 작업도 기획을 먼저 하고 시안을 만들고, 다시 수정하는 사이클을 거치는 게 일반적이에요. 시간이 꽤 걸릴 수밖에 없죠. 근데 저희는 시간이 별로 없어서 효율을 극도로 올려야 했어요.
그래서 나온 솔루션이 ‘모두 다 함께 모여 디자인하기(…)’였습니다. 함께 방향성에 관한 기획 토의를 하고, 그 내용을 바탕으로 제가 실시간으로 디자인 시안을 만들어 윌리, 버기에게 보여주면서 바로 고쳐나가는 방식이었어요. 손과 눈은 화면에 두고 디자인 작업을 하는데, 입가 귀는 윌리, 버기와 아이디어를 나누는! (엄청나!)
이 방식은 누군가가 보기엔 비효율적일 수도 있지만, 이상한 방향성으로 발전되기 전에 중단할 수 있는 장점이 있어요. 결과적으로 더 효율적인게 아닌가 생각했답니다. 윌리, 버기, 저의 뇌가 동기화 된듯한 느낌도 있었고요! 3단 합체 로봇으로 변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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맞아요. 피곤하지만 참 즐거웠던 기억! 쌤은 회사 일도 바쁘신데 계단뿌셔클럽의 브랜드 기획, 디자인까지 하시는 동기가 무엇인가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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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장생활은 하면 할수록 내 맘대로 되는 것이 하나 없잖아요. 일을 할 때 저는 제가 가진 생각과 추구하는 방향성이 있어요. 그런데 저만의 방향성을 가지고 업무를 열심히 해도 결과물에 잘 반영이 되고, 영향을 끼치고 있는 느낌이 잘 안 들어요. 회사는 복잡하고 다양한 관계가 얽혀있으니까요. 돌을 열심히 던져 보는데 어디에 떨어질지 잘 모르겠는 느낌이에요. 피부에 와닿지 않아요.
반면 계단뿌셔클럽에서는 좀 더 피부에 와닿게 일이 진행돼요. 리소스가 적은 만큼, 해야 할 일을 훨씬 뾰족하고 단순하게 정리하면서 의사결정 구조도 단순하니까요. 제가 던지는 돌이 어디에 떨어지는지도 보이고, 제가 굴린 눈덩이가 어디로 굴러갈지도 보이죠. 아주 속이 뻥 뚫리는 기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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멋진 로고로 만들어진 굿즈 스티커 (실물이 100배 예쁨)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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쌤에게도 좋은 경험이 된 것 같아 다행이고 기뻐요. 마지막으로 계뿌클에게 한마디 남겨주세요!
지금은 계단만(?) 뿌수고 있지만, 앞으로 불편하고 불합리한 것이라면 뭐든 다 뿌수는 천하장사 슈퍼짱짱하이퍼울트라커넥티드뿌셔클럽이 되는 걸 기대하고 있습니다.
그러려면 우리 모두 힘이 필요해요! 다들 많이 사랑해주세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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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뿌클레터는 어땠나요? 의견을 남겨주시면 뿌클레터를 만들어가는 데 큰 힘이 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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