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주말, 2026 크러셔 데이가 열렸어요. 매년 4월 장애인 차별 철폐의 날을 기념해 여는 계뿌클의 가장 큰 명절입니다. 170명의 이동약자와 그 친구들이 한자리에 모여 6시간 동안 함께 정복하고, 듣고, 웃고, 박수친 하루였습니다.
모든 순간이 좋았는데요. 6시간의 해앗 중에서 계뿌클 팀이 특히 고민해서 준비한 1분이 있었습니다. 오늘 뿌클레터에서는 크러셔 데이를 어떤 프로그램들로 꾸몄는지, 그리고 가장 고민한 '1분'이 무엇이었는지 전해드릴게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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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정복활동 무대는 성수동이었어요. 행사장이 가까워서도, 서울숲에서 단체 사진이 잘 나올 것 같아서도, 교통이 편리해서도 절대 아니었습니다. 2026년 대한민국에서 가장 힙한 동네, 그래서 누구나 한 번쯤 가보고 싶어 하는 곳을 누구나 갈 수 있는 곳으로 만들고 싶어서였어요. 이 취지에 공감한 120여 명의 크러셔가 오전 10시, 서울숲역·뚝섬역·성수역 세 집결지에 모였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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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상 구역은 무려 30만 평 규모. 한 곳에 모여 출발하기엔 너무 넓어서, 3개 역에 약 40명씩 흩어져 2인 1조, 3인 1조로 동시에 출발했어요. 이렇게 큰 규모의 활동이 매끄럽게 흘러간 건, 다 접근성 정보 수집과 환대의 달인인 크루들 덕분입니다. 처음 오신 분들을 따뜻하게 맞이하고, 짝지어 목표 장소로 하나하나 안내하면서 순조롭고 경쾌하게 정복이 이어졌어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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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에는 정말 다양한 이동약자와 그 친구들이 섞여있었습니다. 휠체어 사용자, 목발 사용자, 그리고 고사리 손으로 누구보다 야무지게 활약한 어린이 정복자까지요. 그렇게 함께 정복한 장소는 무려 516개였습니다. 접근성이 좋은 카페 10군데는 내부 리뷰까지 확보했고요. 이로써 성수동 일대 대부분의 식당과 카페의 접근성 정보가 우리 손에 들어왔습니다. 다 같이 모인 자리에서 결과를 공유하고, 축하했어요. 누구나 가보고 싶은 동네 하나가, 누구나 가볼만한 동네에 한 걸음 더 가까워진 순간이었습니다. 다름 아닌, 우리 손으로 말이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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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혈을 기울여 고른 샌드위치와 김밥으로 든든히 점심을 먹고, 2부 패널 토크가 시작됐습니다. 두 세션으로 나눠 준비했는데, 키워드는 각각 '공감'과 '용기'였어요.
<어디에나 있는 당신의 세계>: 공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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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 세션의 패널은 에디터크루 지나 님, 정복크루 영채 님, 후원자 지영 님 세 분이었습니다. 공통점이 하나 있었어요. 어느 시점에, 잠깐이든 오래든 이동약자의 자리를 경험하셨다는 것입니다. 지나 님은 나이 듦으로, 영채 님은 부상으로, 지영 님은 임신을 거치면서요. 그 시간 동안 마주한 불편들과 그때 느낀 마음이 결국 계단뿌셔클럽과 닿는 계기가 되었다는 이야기를 풀어주셨습니다. '이동약자와 비이동약자'가 처음부터 갈라진 두 세계가 아니라, 누구든 어느 날 건너갈 수 있는 자리라는 걸, 그래서 그 모든 세계가 다정하길 바란다고요.
<우정으로 넓힌 그녀들의 세계>: 용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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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번째 세션의 무대에는 네 분이 함께 올랐습니다. 전동 휠체어로 20년 동안 함께 여행을 다녀온 팀 '그녀들', 전윤선·차미경·이경희·하석미 님이에요. 여행 전문가 전윤선 대표님(전동 휠체어로 인도까지 다녀오신!)의 권유로 다 함께 묵호항으로 떠난 첫 여행이 모든 것의 시작이었습니다. 지금보다 훨씬 더 많은 것이 불편하던 시절, 네 분은 가는 곳마다 현장에서 민원을 넣고 언론에 제보하면서 길을 직접 만들어 오셨어요. 그 20년이 무거운 투쟁의 기록이 아니라 명랑한 우정의 기록으로 남았다는 점이 가장 인상 깊었습니다. '우리도 저렇게 해낼 수 있겠다' 싶었고, '설령 그렇지 못하더라도 저런 명랑한 우정 안에 있다면 후회할 일은 없겠다'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2부의 두 토크는 우리가 바라는 세계를 정말로 만들기 위해 우리에게 무엇이 필요한지 들어보는 시간이었어요. 공감에서 시작해, 용기로 이어가는 것. 두 세션을 차례로 듣고 나니, 어떤 대화들로 세상을 채워가면 '막힘없는 이동'에 가까워질 수 있을지 알 수 있었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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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 인사 시간이 왔습니다. 계뿌클 팀의 윌리가 마이크를 잡았어요. 6시간 중 계뿌클 팀이 가장 오래 고민했고, 가장 마음을 졸인 1분이 시작됐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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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자리를 마무리하면서, 어떤 이야기를 할지 고민했는데요. 솔직하게, 저의 세계를 고백해 보면 좋지 않을까 싶었습니다.
사실, 저는 '장애인 이슈'와 연결되는 삶을 살 거라고 생각하지도, 그래야겠다는 생각을 해본 적도 없었습니다. 접근성 문제를 겪었지만 저의 노력과 좋은 운으로 문제를 잘 피해 왔어요. 다니던 회사도 좋은 환경이었고요. 차별이 전혀 없었을까 싶으면 있었겠지만, 그걸 개인의 성취로 넘거나, 감사한 환경으로 우회할 수 있었습니다.
지난주가 장애인의 날이었죠. 그런 날에 국회의원이 휠체어를 타고, 전장연에 대한 이슈가 올라오고 해도, 모두 사정이 있겠지, 이해하는 척하며 관여하고 싶지 않았습니다. 왜냐면, 감각적으로 알고 있었던 것 같아요. 한번 관여하기 시작하면 외면하기 어려워질 테니까요. 풀기 어려운 문제고, 잘하고 싶을 것 같고, 근데 그 일이 소위 사회에서 말하는 잘나가는 삶은 아닐 거 같으니까. 30년 이상 제가 만들어 온 관성을 바꿔야 한다는 걸 무의식적으로 알았던 거죠.
여러분, 관성은 무엇을 통해 바뀌는지 아시나요? 바로 외부의 힘입니다. 계뿌클을 하면서 처음에는 PM적, 영리적 사고로만 이 문제를 풀고 싶었어요. 그런데 사람들과 정보를 모으고, 이 문제에 진심으로 공감하고 변화를 바라는 사람들의 얼굴을 마주하기 시작했어요. 이 활동이 큰 힘이 된다고 말하는 분들, '이런 걸 보면 세상이 진짜 바뀔지도 모르겠어요, 아직 살 만하네요'라고 하는 분들이요. '새로운 곳에 갈 때, 이 정보가 도움이 되었다'는 후기는 물론이고요.
그렇지만, 하다 보니 막상 그 마음만으로 잘되지는 않습니다. 솔직히 이야기하면, 지금 이대로면 2년 뒤 이후의 계뿌클이 지속 가능할지 잘 모르겠습니다. 그냥 잘하면, 알아서 후원해 주지 않을까? 라는 생각도 했어요. 좀 멋있잖아요. 서비스 잘 만들고, 사용자 찾고 나서, '우리 이렇게 멋지니까 후원해 주실래요? 앞으로도 잘할게요!' 산뜻하고, 질척거리지 않고. 제 세계 안에서의 최대치 같은 거죠. 마음의 빚을 지지 않으면서, 무해하게 살고 싶었던 것 같아요. 30년 동안의 관성이 쉽게 바뀌지는 않겠죠.
그러나, 이젠 아닙니다. 빚을 지더라도 잘해 보고 싶은 일이 되었어요. 사람들과 '정보 찾기가 어려운 문제'를 해결하고, 그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이동약자와 비이동약자가 교차하고, 그 모습을 보고 더 많은 이동약자들의 세계가 넓어지는 미래를 꿈꿉니다. 그래서 여러분께 도움을 요청드립니다. 계단뿌셔클럽의 후원자가 되어 주시면 좋겠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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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러셔 데이 마지막 인사에서 드렸던 요청을 크러셔님께 그대로 전하고 싶습니다. 계단뿌셔클럽의 정기 후원자가 되어 주세요. 살아남기 위해 2년 안에 월 1만 원 정기 후원자 2,000명을 꼭 만나고 싶습니다. 이 숫자가 채워져야 계뿌클 팀이 소멸하지 않고 기술과 우정으로 문제를 풀어갈 수 있기 때문입니다.
윌리의 30년 관성을 흔든 외부의 힘은, '사람들'이었습니다. 다정한 후기를 남겨 주신 분들, "이런 걸 보면 세상이 진짜 바뀔지도 모르겠어요"라고 말해 주신 분들, 정복활동 현장에서 마주친 분들, 그리고 이 글을 읽고 계신 크러셔님도요. 이 힘이 충분히 모이면 세상의 관성을 비틀어 '더 나은 세계'를 진짜로 만들어 갈 수 있습니다.
2,000명의 크러셔와 함께 더 나은 세계를 함께 만들고 싶습니다.
크러셔님, 계단뿌셔클럽이 우정으로 세계를 넓힐 기회를 만들어주세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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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한 달간 계단뿌셔클럽이 여러분께 전하고 싶었던 소식을 클리핑하여 전달드립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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윌리
이번 크러셔데이 준비는 생각보다 훨씬 품이 많이 들었습니다. 텅 빈 공간에 무대를 설치하고, 경사로를 놓고, 포스터 200장을 붙이고, 자막과 영상 송출을 준비했습니다. 의자 140개, 테이블 15개를 날라 공간을 구성하고, 휠체어 사용자분들이 덜 불편하도록 자리를 배치하고 통로를 크게 뚫었습니다. 동선을 간소화하기 위해 엄선한 간식을 200개 개별포장 하고, 오신 분들이 즐거우시도록 귀여운 다정부적도 만들었습니다. 이 과정을 멋지게 해낸 팀원들께 감사드립니다. 무엇 하나 대충 넘기지 않고, 가장 좋은 방법과 가장 계뿌클스러운 결과물을 위해 고민하고 끝까지 파고드는 모습에 존경을 표합니다. 4월은 잔인한 달이라던데, 우리는 4월을 뿌듯한 달로 함께 만들었습니다. 모든 분들께 감사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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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기
작년 크러셔 데이가 끝나고 후원자 몇 명 늘었을까요? 그 자리에 150명 넘는 분들을 모셨지만, 두 분 늘었습니다. 그때 깨달았어요. 열심히 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솔직하게 설명하고 후원을 요청드려야 한다는 것을 말이죠. 저는 그것이 여전히 참 민망하고 어려운데요. 용감하게 170명 앞에서 고개 숙여 도움을 청한 윌리에게 고생했고, 참 잘 했다는 인사를 전하고 싶습니다. 소중한 토요일, 크러셔 데이에 와주신 모든 분들께도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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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러셔, 이번 레터는 어땠나요?
더 좋은 레터를 쓰고 싶은데요, 올 해 뿌클레터를 어떻게 읽으셨을지 궁금해요.
여러분의 의견을 남겨주시면 정말 큰 도움이 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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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단뿌셔클럽이 문제를 계속 뿌실 수 있도록 후원해주세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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