뿌하인드
뿌하인드는 계단뿌셔클럽의 ‘비하인드 스토리’를 전하는 비정기 레터입니다. 윌리 또는 버기가 가끔 나누고 싶은 이야기가 있을 때 써서 보내드립니다. 오늘의 작성자는 철원에서 열린 음악 페스티벌에 다녀온 버기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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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원도 철원에 다녀왔습니다. 철원에서 열린 ‘2025 DMZ 피스트레인 페스티벌’이라는 축제에 다녀왔습니다. 요즘 음악 페스티벌이 참 많습니다. 그중에서도 아주 특별한 재미와 감동이 있다고 소문이 자자하길래 저도 올해 처음 가봤습니다. 그런데 정말 깜짝 놀랐어요. 정말 너무 재미있고 감동적이었거든요. 그래서 저는 고민을 시작했습니다. 이 먼 철원의 피스트레인에 이동약자와 그 친구들이 다 함께 올 방법이 없을까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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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희는 왜 DMZ에서 페스티벌을 하지 않아?”
2017년, 홍대에서 활동하던 공연 기획자들이 한국을 방문한 외국 뮤지션에게 임진각 투어를 시켜줬습니다. 그랬더니 그 뮤지션이 물어봅니다. 이 상징적인 장소를 왜 그냥 두냐는 것이죠. 세계에서 유일한 분단국가의 비무장지대라는 특수한 공간이야말로 ‘평화’에 대한 메시지를 전할 수 있는 최적의 장소라는 생각을 하게 됐고, 비영리 사단법인 피스트레인이 탄생합니다. 그렇게 2018년 DMZ 피스트레인 뮤직 페스티벌이 시작됐습니다.
DMZ 피스트레인 뮤직 페스티벌(이하 ‘피스트레인’)에는 특별한 점이 몇 가지 있습니다. 첫째, 지역 축제라는 정체성을 확고히 가져갑니다. 철원 군민은 무료 입장이 가능합니다. 문신이 빼곡한 힙스터 청년들과 여전히 순수한 영혼을 지닌 어르신들이 댄스 배틀을 하는 모습을 볼 수 있는 까닭입니다. 유원지 내에서 음식을 판매하는 상인들은 모두 지역 상인들입니다. 그래서인지 바가지가 없고, 향토색 물씬 풍기는 먹거리가 가득합니다.
둘째, 여러 세대가 함께 즐길 수 있는 기획을 합니다. 보통 음악 페스티벌은 ‘요즘 가장 잘 나가는 (해외) 아티스트’를 헤드라이너로 세워 흥행을 노립니다. 피스트레인에는 헤드라이너가 따로 없고, 모두가 평등합니다. 그렇지만 매번 ‘누구나 알고 따라 부를 수 있는 아티스트’를 섭외해 피날레를 장식합니다. 예를 들어, 작년에는 김수철(‘젊은 그대’), 올해는 사랑과평화(‘한동안 뜸했었지’)를 세워 전 세대가 얼싸안고 춤추게 하죠.
여기까지는 피스트레인에 관한 일반적인 설명이었는데요. 제가 ‘우리 계단뿌셔클럽이 반드시 이곳에 다 함께 와야겠다!’고 생각한 이유는 따로 있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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착하지만 엄마 말 잘 안 들을 것 같은 사람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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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스갯소리로 피스트레인을 ‘내다 버린 자식들의 축제’라고 부릅니다. (저를 포함해) 부모님 말씀 어지간히 안 들을 것 같은 사람들이 바글바글하기 때문입니다. ‘말 안 들을 것 같다’는 표현이 나쁜 뜻은 아닙니다. 부모님의 기대나 타인의 시선에 크게 신경 쓰지 않을 뿐, 다들 자기가 좋아하는 것을 열렬히 좋아하고, 주변 사람들에게 편견이 적으며, 친절하고 다정하고 열려 있는 느낌입니다. 모두가 그렇진 않겠지만 분위기가 분명 그렇습니다.
이 분위기가 계뿌클의 분위기랑 좀 비슷합니다. 우리 활동이나 행사에 있다 보면 ‘우정이 넘실댄다’는 느낌을 받을 때가 있거든요? 피스트레인에서 정확히 그런 느낌을 받았습니다. 다들 웃고 있고, 편하게 서로 묻고 대답하고, 스스럼없이 하이파이브도 하고 춤도 추고, 작은 계기만 있어도 친구가 됩니다. 이틀 동안 정말 많은 사람들과 ‘신나게 같이 놀다 온’ 느낌이었답니다.
음악 페스티벌은 워낙 사람이 많고 야외 행사라 불편한 점이 많잖아요? 그래서 이동약자와 그 친구들은 가보고 싶어도 선뜻 엄두가 나지 않는데요. 그래서 오히려 계뿌클 차원에서 한 번 도전해 보고 싶었습니다. 도전한다면 멀어도 피스트레인에 와야겠다고 생각했어요. 이동 동선상 턱이 거의 없고, 통로 확보도 잘 되어 있습니다. 물론 물리적 장벽이 전혀 없는 것은 아니지만, 우정이 풍부하면 많은 문제가 해결될 수 있거든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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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현실적으로 해결해야 할 일도 두 가지 있습니다. 첫째는 교통편입니다. 계뿌클은 현재 서울에서 주로 활동하니 시작점을 서울로 가정하겠습니다. 서울에서 철원으로 가는 교통편, 끝나고 서울로 돌아오는 교통편이 일단 필요하고요. 공연장이 있는 ‘고석정’이라는 유원지에서 숙소로 이동할 수 있는 교통편도 필요합니다. 공연장 주변에 식당들이 많긴 하지만, 멀리 떨어진 식당에 가고 싶으면 그때도 교통편이 필요하죠.
만약 휠체어 사용자가 여러 명 함께 간다면 ‘특장버스’가 유용할 것 같습니다. 저도 작년에 처음 경험했는데요. 휠체어로도 탈 수 있게 개조된 버스가 있습니다. 리프트가 있어서 휠체어로 탑승할 수 있고요. 좌석이 일부 제거된 대신 휠체어를 고정할 수 있는 전용 좌석이 마련되어 있습니다. 버스 한 대에 6명 이상도 탑승이 가능한데요. 이 버스를 대절해 축제 기간 이틀 동안 이용한다면 교통 문제는 어느 정도 해결됩니다.
둘째는 숙소입니다. 주변에는 오래된 펜션이 대부분이라 접근성이 좋은 숙소는 찾기가 쉽지 않습니다. 제가 묵은 펜션도 휠체어 사용자가 이용하기에는 매우 어렵거나 불가능한 곳이었습니다. 그런데 좀 찾아보니 고석정 내에 있는 H호텔이 접근성이 괜찮아 보이더라고요? 중요한 건 미리 예약하는 겁니다. 일찍 준비를 시작하면 이 문제도 해결할 수 있을 것 같아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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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스트레인은 우리가 살아가며 무관심하고 무감각해질 수 있는 것들을 문화를 통해 지속적으로 재발견하고자 하며, 자유, 평화, 인권, 관용 등의 가치가 미래 세대에 지속되기를 바랍니다.”
홈페이지에 걸려 있는 피스트레인 소개글입니다. 이틀 동안 피스트레인에서 저는 이 소개글의 의미를 온전히 느꼈습니다. 그냥 써둔 말이 아니라, 정말 자유, 평화, 인권, 관용의 가치가 실현된 멋진 축제였어요. 특히 내리는 비를 맞으며 사랑과평화가 부르는 ‘함께 가야 해’를 따라 부르며 주변 사람들과 얼싸안고 춤을 추던 순간에는 미워했던 사람들과도 포옹할 수 있을 것만 같은 인류애를 느꼈습니다.
그런데 딱 하나 아쉬웠던 점, ‘이동약자와 친구들’이 없더라고요?
지금부터 진지하게 고민을 좀 해봐야겠습니다.
님, 혹시 관심 없으세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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